여야는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고흥길(한나라당) 위원장의 미디어관련법 기습상정 효력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국회법에 따른 상정절차를 모두 거쳤기 때문에 합법적인 상정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절차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원천무효라고 맞섰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인데다 국회법에 상정절차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국회법만 갖고 명확히 판단하긴 어렵다"며 "결국 교섭단체 간 논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판단할 부분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법안 특정 논란 = 고 위원장은 상정 직전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을 상정한다"고 말한 뒤 방망이를 세 번 두드렸다.
민주당은 법안을 상정하려면 법안명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의사일정 제 ~항부터 ~항 등 총 ~건의 법률안을 일괄 상정합니다'라고 말해야 하지만 고 위원장이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고 위원장이 상정 선언 직전 배부한 의안 자료에는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법률안'이라고 적혀있는데, 고 위원장은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있지도 않은 명칭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고 위원장이 지난 19일 회의 때 '미디어 관련 22개 법을 미디어법이라고 한다'라고 특정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법안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것은 하자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은 법안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난번 회의 때 이미 특정해뒀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법안 목록을 일일이 읽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교섭단체 미합의 논란 = 민주당은 이번 미디어법 상정시 여야 간사간 의사일정 변경에 대한 합의가 없어 무효라고 주장한다.
국회법상 안건 상정 등 의사일정은 교섭단체 간사 간 협의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데 민주당 간사가 반대하는데도 상정이 강행됐다는 것.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우리는 이런 사태에 대비해 간사 협의 때도 오늘 새로운 법안을 상정한다는 데 합의한 바 없고, 오직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된 법안만 상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회법 77조가 정한 '의사일정 변경' 규정에 맞게 안건을 상정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국회법 77조는 위원장이 교섭단체 간사와 협의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고 위원장은 상정 순간 "위원장으로서는 국회법 77조에 의해 일괄 상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국회법 77조에 따른 의사일정 변경임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법 77조에 따른 의사일정 변경시 표결을 하도록 돼 있음에도 고 위원장이 표결을 실시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했다.
◇의안 미배부 논란 = 고 위원장은 상정 직전 상정의 불가피성을 짧게 거론한 뒤 "행정실, 의안 전부 배부하세요"라며 상정할 미디어법 목록이 적힌 의안을 배부토록 국회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민주당은 의원들이 의안을 배부받기도 전에 고 위원장이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을 상정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이 역시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위원장이 직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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