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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을 떠나 보내는 마음들

김수환 추기경은 이제 하느님의 나라로 떠났다.

나무 묵주 하나만 들고 빈손으로 떠났다. 그러나 두서너시간을 기다리며 빈소를 찾은 조문객의 긴 행렬이 보여줬듯이 아직도 그의 삶과 죽음은 우리 가슴 속에 감동으로 남아있다.

생전에 그가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양심의 목소리를 내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에 초석을 놓았듯 그의 죽음은 종교와 이념의 벽을 허무는 사회 통합과 사랑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했고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계기가 되고 있다.

김 추기경이 살아있는 우리에게 남긴 유산에 대한 생각과 애도의 뜻을 각계 인사들로부터 들어봤다.

◇종교계

▲명진스님(봉은사 주지) = 종교인으로서뿐 아니라 인간적인 소탈함이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고 나아가 배타적이지 않은 자세가 타종교인들의 머리도 숙이게 했다. 그분의 빈자리가 아쉽다. 김 추기경이 마지막으로 남긴 "고맙다"는 말씀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그분의 전체 삶을 보여준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메시지이자 물질만 추구하는 시대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박형규 목사(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 =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에 관심을 뒀던 분이다. 고생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곁에 항상 머물고자 한 삶은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해 "낮은 곳으로 가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덕 성균관장(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 참다운 종교인이면서 종교간의 벽을 허물었던 분이다. 다른 종교에 대해 늘 넉넉하게 마음을 열었다. 다종교사회인 한국이 별다른 종교분쟁 없이 지내온 것도 따지고 보면 그분의 덕이 크다. 종교간 화합을 위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를 창립하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 자신의 종교보다 이웃종교를 더 배려했던 마음은 종교인은 물론 모든 국민이 배워야 할 귀중한 정신적 자산이다.

◇문화예술계

▲김남조 시인 = 명동성당으로 조문을 갔다왔는데 추위에 몇시간씩 떨면서 많은 조문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면서 민중의 아름다움을 봤다. 사람들 마음 속에 더 많은 공감과 더 좋은 유대가 이뤄지게 한 것도 그 분의 유산 중 하나일 것이다. 고인의 큰 뜻이 후세까지 전달돼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데에 언제나 조언을 제시하는 귀한 유덕(遺德)이 됐으면 한다.

▲정호승 시인 = 결국 인간은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제일 중요한 사실을 온몸으로 남겼다. 그를 통해 자기 삶을 뒤돌아보고 성찰하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종교의 벽을 넘어서는 추모열기를 보면서 추기경이 종교인 차원이 아니라 한 시대를 이끌어온 하나의 구심점 또는 우리 삶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우리가 그의 소중함을 너무 뒤늦게 깨닫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유안진 시인 = 내 삶이 어떠했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빈 손으로 와서 빈 손으로 갈 정도로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삶을 추구한 그의 모습이나 "고맙다"나 "사랑하라"는 마지막 메시지는 물질이나 명예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모범이 될 것이다. 종교인의 삶이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최종태(예술원 회원.조각가) = 테레사 수녀 같은 성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시기 전에 주변 수녀들이 더 하고 싶은 일이 없느냐고 물었는데 "다했다"고 대답한 것으로 들었다. 남김 없이 살았다는 의미다. 사회를 맑게 하는데 삶을 통해 기여했듯이 죽음을 통해서도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작게는 이번 장례식이 조화 같은 부조리한 관행을 없애는데 큰 계기가 될 것 같다.

▲정명훈(지휘자) = 많은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준 큰 별이 사라져 슬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동안의 가르침은 소중한 밀알이 돼 큰 열매를 맺을 것이다.

◇정계

▲김형오(국회의장) = 시대의 어려운 고비 고비마다 민족의 양심이자, 우리의 마음 속에서 빛을 밝히는 등불이었다. 모든 신앙인의 표상이었고 민족의 정신적 지주로서 큰 족적을 남긴 그의 영전에 거듭 애도의 뜻을 표한다. 부디 하느님의 품 안에 고이 영면하기를 기원한다.

▲박희태(한나라당 대표) = 추기경은 국민을 가장 사랑한 국민의 위대한 친구였다. 그가 남긴 사랑과 빛이 온나라에 미치기를 기원한다.

▲정세균(민주당 대표) = 종교와 지역, 계층을 뛰어넘는 큰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떠났다. 그가 남긴 사랑과 나눔의 정신은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항상 함께 할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따뜻한 사회를 이루는데 큰 좌표가 될 것이다.

▲이회창(자유선진당 총재) =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종교적 지도자이자 정신적 지도자를 잃었다. 깊은 신앙과 삶의 철학, 나아가 우리 사회와 나라에 대한 깊은 통찰과 따뜻한 사랑은 어느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다. 고인이 남긴 말씀은 우리 사회에 바른 길을 가리키는 등불로 남을 것이다.

◇경제계

▲이수빈(삼성생명 회장) = 나라의 큰 어른을 보내게 돼 깊은 슬픔을 느낀다. 추기경이 남긴 말씀대로 다같이 사랑하며 살았으면 한다.

▲신헌철(SK에너지 부회장) = 추기경은 각막 기증을 통해 당신 신체의 일부마저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살았다. 말 그대로 사랑을 남기셨다. 사후에도 장기 기증을 통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줬다. 어려울 때 우리 사회가 하나가 되게 한 큰 어른을 가졌다는 게 우리에겐 큰 행복이다.

▲신격호(롯데그룹 회장) = 우리들에게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일깨워준 분이다.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더욱 힘 쓰는 길이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믿는다.

▲박삼구(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경제가 어려운 때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면서 시대의 길잡이였던 추기경이 떠나 무척 애통하고 안타깝다. 우리 모두는 실천으로 보여준 추기경의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되새기고 이어받아 사회에 더욱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정은(현대그룹 회장) = 개인적으로 김수환 추기경은 외할아버지 장례미사를 직접 집전해준 적이 있고, 나도 언젠가 추기경께서 직접 가요 '애모'를 부르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의 선종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아주 커다란 손실이며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계 등

▲안경환(국가인권위원장) =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여러 행사에서 뵙곤 했다. 항상 약자의 편에 섰던 분이고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둔 산 증인인데 빈 자리가 너무 크다. 나라의 큰 어른 자리가 비게 됐다.

▲이장무(서울대 총장) = 그의 선종은 우리 모두에게 큰 슬픔이다.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희생과 사랑을 몸소 보여준 추기경의 모습은 국민들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의 사랑의 실천은 우리 사회 갈 길의 등불이 될 것이다.

▲이석연(법제처장) = 사분오열된 우리 사회에 진실과 관용에 기초한 공동체적 유대가 필요하다. 추기경은 하느님의 나라로 떠나면서도 그 유대를 복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있다.

그의 선종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하고 정부나 국회는 통합과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는 국민들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국가가 어려울 때 떠난 그의 정신을 생각해 국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강지원(전 청소년보호위원장) = 조문도 다녀왔지만 생각할때마다 눈물이 난다. 우리 민족이 어려울때마다 희망의 등불이 돼 줬고 불의에 대해 가차없이 질책했던 분이다. 그러면서 약자에게는 따뜻한 손을 내밀어준 데 대해 정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우리들 마음의 등불이 돼주기를 기원한다. 국민들이 그의 정신을 깊이 새겨 서로 화목하고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안병직(뉴라이트재단 이사장) = 우리 나라가 어려운 시절에 큰 지도자였고 지식인들에게는 항상 귀감이 되었다. 이념을 떠나 항상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추기경의 유지는 장례를 검소하게 하라는 것이었다고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나름대로 할 일이 있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모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도리를 하는 것이고 그 과정 자체에서 우리가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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