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제작비(개봉 즈음에 들어가는 광고, 마케팅, 프린트 비용을 뺀, 순수하게 촬영과 제작에만 들어간 비용) 40억 원이라고 하면 2~3년 전 만해도 한국영화계에서는 중간 사이즈 정도 이었지만 요즘은 비교적 많은 예산이 투입된 준 대작 정도 되는 규모입니다. 수중 장면과 차량액션 등 제법 규모가 큰 액션 장면을 내세우며 선보인 마린보이는 몇 가지 점에서 아쉬움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다이버들의 낙원 팔라우에 배를 마련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수영강사로 차근차근 모은 돈을 송금하던 천수(김강우)는 어느 날 끼어든 도박판에서 거액의 빚을 지게 됩니다. 돈을 갚을 길이 막막하던 차에 검은 세력의 수장 강 사장(조재현)이 몸에 마약을 지니고 바다를 헤엄쳐 전달하는 '마린보이' 역할을 제시하고 천수는 어쩔 수 없이 이 일에 휘말립니다. 강 사장에게는 딸인지 애인인지 종잡기 어려운 유리(박시연)가 있는데 천수는 마리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초반 부분 주인공 천수가 도박판에 휘말리고, 천하의 악당 강 사장 휘하에 들어가는 부분과 정체가 불분명한 유리가 팜프 파탈로 등장해 강 사장과 모호한 관계를 보여주고 천수와 엮이는 장면까지는 제법 신선하고 경쾌하게 전개됩니다. 하지만 유리가 천수에게 급호감을 가지게 되는 부분에서부터 몰입이 깨지기 시작하더니 중반 이후부터는 멜로와 느와르, 코믹 액션 사이에서 중심을 잃고 갈지자 횡보를 합니다. 막판에 악당보다 더 악독한 형사로 등장하는 이원종이 총을 겨누며 "니들 지금 신파하나?"하는 대사가 영화 자체에 던지는 질문처럼 들리더군요.
영화에서 볼만한 점도 다수 있습니다. 조재현의 틀이 제대로 잡힌 악역 연기와 김강우의 신선한 패기, 박시연의 요염한 자태와 적당한 노출이 시원한 부산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은 좋습니다. 문제는 이런 좋은 구슬들을 꿰는 솜씨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이 뼛속까지 쿨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쿨한 척 하는 것 같습니다. 쿨함의 강박에 시달린 걸까요?
영화 한편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욕심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다보니 이것 저것 잔뜩 벌려놓았다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뭐 하나 제대로 주워 담지 못합니다. 초반의 신선함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관객을 점점 몰입시키다가 막판에 화끈한 액션에 시원한 결말로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의도하지 않은 소격효과'를 발휘하거든요.
(제목도 그렇고 본격 수중액션 영화라고 내세우는데 수영장씬 포함한 수중액션보다는 주인공이 잠수복은 입었지만 싸움은 땅 위에서 하는 육상 액션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