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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기'='곱하기'

"전략적 일자리 나누기"

지난 1997년, IMF때의 구조조정은 바로 해고를 뜻했습니다.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으로, 고용비용을 절감한다며 수많은 직장인이 일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극심한 양극화의 골이 우리 사회에 깊게 패였고, 지금까지도 치유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10년 좀 더 걸려 경제위기가 다시 닥쳤고, 기업들은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설 태세입니다.

물론, 직장인들은 또 다시 해고의 공포에 시달리게 됐고요..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과거 위기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지난 주 목요일, 서울 강동에 위치한 한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취재했는데요, 이 업체는 극심한 불황을 맞아 사원과 직원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사장은 어려워도 해고는 없다고 약속했고, 직원들은 올해 임금동결에 합의했습니다.

이 회사는 이렇게 절약한 임금상승분을 올해 시장규모가 2천7백억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 전화기 사업분야에 투자하면서 신규 기술자를 더 뽑을 계획입니다.

[신승훈 사장/(주)인에이지 : 2천만 원씩 하는 직원 임금을 동결해, 보다 고급 기술을 지닌 3천만 원짜리 기술자를 더 채용하려고 합니다. 물론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직원들이 양보한 만큼 다시 돌려줄 것이고요.]

이 같은 탄력적인 임금조정은 대기업에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내 200mm 웨이퍼(반도체에 쓰이는 실리콘 판을 뜻합니다. 200mm는 직경이고요....최근에는 반도체 회로가 고집적화되면서 이 웨이퍼도 300mm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장 두 곳을 폐쇄했습니다.

유휴인력 1천 7백명이 남게 됐는데, 이들을 해고하지 않고 계속 고용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연간 7백70억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들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들을 수요가 줄지 않는 300mm웨이퍼 공장과 비용절감 TFT, 교육 등에 분산배치했습니다.

하루 8시간 3교대로 운용되는 웨이퍼 공장에 인력이 추가되면서(예전에는 1개조가 하루에 8시간씩 일하더라도, 사실상 인력이 부족해 9시간, 10시간 추가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다 보면 연장수당, 특근 수당이 올라가겠죠.) 연장수당, 특근수당이 절감됐고요, 여기다 임원 연봉 최대 30% 삭감, 직원들의 복지 축소 등으로 천백억원이 절감됐습니다.

해고해서 절감할 수 있는 비용보다,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2,3백억 원 더 절약하게 된거죠.

노사관계 악화로 인한 추후 비용을 감안하면 효과가 더 큽니다.

아예 이 같은 탄력적 임금조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공격적인 경영전략으로 활용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일자리 나누기'의 원조로 불리는 유한킴벌리가 바로 그것인데요, 지난 1997년 IMF위기 때, 해고 대신 3조 3교대 업무방식을 4조2교대 방식으로 바꾸면서 '히트'를 쳤습니다.

화장지 만드는 생산설비는 24시간 멈춤없이 구동되야 한다는데요, 97년 이전에는 한 조 8시간씩 3개조가 하루 24시간을 채우는 방식으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하루에 2조, 12시간씩 일하는 방식으로 바꿨는데요, 언뜻 보면 하루 일하는 시간이 4시간이나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획기적입니다.

이런식으로 일주일에 4일만 일하니 총 근로시간은 당연히 줄고요, 이런 가운데 4개조 중 나머지 2개조는 4일 연속 일 대신 '교육'을 받습니다. 4일 일하고 4일 쉬는거죠.

결과적으로 특근수당도 많이 줄고, 대신 직원들의 사기는 올라갔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이런 4조2교대 방식을 IMF 위기를 극복한 뒤에도 계속 적용했는데요, 지금 결과는 어떨까요?

생산성이 오히려 올라 매출은 지난 97년의 2배 수준인 1조 원으로 껑충뛰어올랐습니다.

회사가 얻는 파이가  커지다 보니, 직원들의 몫인 임금도 올랐고요.

최근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매출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입니다.

일자리 '나누기'가 오히려 '곱하기'가 된 것입니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감원, 대신 휴업, 훈련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면서 정부로부터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은 회사는 지난달 1천3백여개로 두 달 전보다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탄력적인 임금조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미래를 대비한 경영전략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최영기/한국노동연구원 석좌연구위원 : 단순히 일자리만 지키는게 아니라 우수한 인력을 미리 확보해 경기 회복기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인사전략이라는거죠.]

하지만 근로자의 동의가 반드시 전제조건이어야 하고요,  동의를 받기 위해서 기업은 고용안정과 줄어든 임금에 대한 보전을 약속하고, 정부는 이런 기업들에 대한 세제나 지원금 혜택을 확대해야 합니다.

'나눗셈'이 아닌 '곱셈'이 되는 일자리 나누기로 위기도 극복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 경쟁력도 높이는 슬기로운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편집자주] 김형주 기자는 현재 경제부에서 노동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2004년 공채로 입사한 김기자는 이전에는 사회2부 사건팀에서 활약했습니다. 훤칠한 키에 핸섬한 외모로 인기가 많은 그는 취재현장에서 만난 인간 군상들과 사회 부조리 등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담은 개인 블로그도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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