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서 물러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붓고 있다.
권력 교체로 새 행정부가 출범한 후 최소한 100일 혹은 6개월 정도는 `허니문' 기간으로 간주되는데다 옛 정부 인사들이 새 정부를 향해 직접적인 비난을 삼가는 것이 미국 정가에서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으나 지금은 이런 관례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8년간 일방주의 외교노선을 비롯한 각종 정책에서 급격한 이탈을 꾀하고 있는데 대한 부시 진영의 강력한 반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적잖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시 진영에서 첫 포문을 연 인사는 부시 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앤드루 카드.
카드 전 실장은 이달 4일 `인사이드 에디션'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백악관 집무실 복장을 문제 삼았다.
부시 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항상 넥타이를 매고 양복 정장차림을 한 것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오벌오피스에서 양복을 벗고 드레스셔츠 차림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된 것 때문이다.
카드 전 실장은 "대법원과 상원, 하원에도 복장 규율이 있듯이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도 복장 규율이 있어야 한다"면서 오벌오피스의 권위가 존중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복장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 오바마를 꼬집었다.
카드 전 실장에 뒤이어 딕 체니 전 부통령은 비판의 수위를 한층 높여 오바마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체니 전 부통령은 4일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정부의 유화적 정책으로 인해 핵무기와 생물무기를 동원한 테러공격의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면서 오바마측을 향해 "미국민을 보호하기보다 테러범들의 인권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비난했다.
체니는 특히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와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가혹 신문방식의 근절을 명령한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국가의 안전을 수호하는 것은 어렵고 힘들며 성가시고 험악한 일"이라면서 "이들(테러범들)은 악한 사람들이며 왼 뺨을 맞았다고 오른 뺨까지 내미는 식으로는 테러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시의 대통령 당선에 일등공신인 선거전략가 칼 로브는 보수성향의 방송사인 폭스TV에 심심찮게 출연, 오바마를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로브는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각료 내정자들의 세금 불성실 신고 문제에 대해서도 독설을 퍼부었으며 고문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미국을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알베르토 곤살레스는 최근 NPR 방송에 출연, 오바마 행정부의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테러용의자 신문 방식이 `고문'이라고 지적한데 대해 "정보기관 요원들의 사기를 꺾어놓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를 향한 부시 진영의 비난은 따지고 보면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식때부터 터져 나왔다.
부시의 측근인 캐런 휴즈 전 국무부 차관은 지난달 20일 부시 전 대통령이 텍사스로 귀환하는 비행기안에서 오바마의 취임사 내용을 문제삼아 "취임사는 정말 불쾌하고 날카로운 공격이 들어 있었고 관대함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고 비난했다.
부시의 연설문 작성 책임자였던 마크 티센도 "무례한 취임사"라고 혹평했다.
부시 진영의 이런 행태에 대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할 권력이양기에 이런 비난공세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정치도의에 어긋난 것"이라는 비판론도 있지만 "부시의 8년 재임이 남긴 유산을 지켜내기 위한 방어적 차원"이라며 옹호하는 주장도 없지 않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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