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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때문에 각서까지

내돈 갖고 투자하는데 왜 이리 힘들까

자본시장통합법이 4일부터 시행됩니다. 여기 저기 언론 매체마다 뭐가 달라지는 지에 대해 여러 기사들을 써왔지만 일반인이 자세히 들여다보기에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투자를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려운 말로 적합성 원칙이라고 합니다. 과연 이 금융상품이 투자자인 내게 적합한지를 판별해야 된다는 것이죠.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적용되고 있다는데요. 문제는 이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죠.

증권사 객장에서는 이미 자통법 시행을 대비해 이 적합성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지를 만들어서 PB(상담사)들과 고객 사이에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데 평균 한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펀드 한개 가입하려면 최소한 한시간은 상담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상담을 거쳐 투자자를 5등급 중 한개로 결정짓습니다. 높은 이자나 수익이 보장되지만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지 아니면 국고채 같이 안정적인 자산을 원하는지를 판별해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상담한 결과 투자자의 성향이 안정적으로 판명됐는데 투자자 본인은 위험한 자산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어떻게 될까요?

각서를 써야 한다고 합니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금융회사들이 불완전판매(충분한 설명 없이 대충 금융상품을 팔아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어이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을 것입니다. '내돈 내고 내가 투자하는데 웬 각서를 써야 하는가' 하지만 키코나 우리펀드 같이 지난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금융상품들이 재등장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여기서 또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창구에서 투자자의 성향을 분석하는 상담사들이 전문적인 분석능력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투자상품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매 전문 인력을 선발하기로 했지만 법은 2월4일부터 시행인데 인력선발은 5, 6월이나 가능하다니 준비가 제대로 안됐다는 얘깁니다.

증권사 신탁회사 투자운용사 선물회사 등의 분할 영역이 없어지고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대형 금융회사가 생기면서 금융권에 지각변동(금융 빅뱅)이 이뤄지고 이어서 미국의 골드만삭스같은 투자은행(Investment Bank)으로 발전할 것이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대목입니다.

법의 애당초 취지대로 우리 금융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것이기를 기대해봅니다.

 

[편집자주] SBS 보도국의 '마당발' 강선우 기자는 1994년 공채로 입사한 이후 주로 경제분야 취재 현장에서 발군의 취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폭넓은 인맥과 '두주불사'의 넉넉함으로 선.후배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은 강 기자는 현재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을 출입하며 금융팀 1진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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