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전 울산 동구 방어진 동쪽 50㎞ 해상에서 선주와 휴대전화 통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된 트롤어선 영진호는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울산해양경찰서는 실종 해역에 풍랑주의보와 경보가 발효되는 등 악조건 속에서 통신이 두절된 지 사흘이 넘은 만큼 침몰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표류 중일 가능성을 완전히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1일 해경에 따르면 마지막 교신 지점에서 방어진 방향 5~14㎞ 지점은 소용돌이성 파도가 이는 해역인 데다 수심이 100m 이상으로 깊어 그리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는 곳이다.
지난 1985년에 건조돼 선령이 20년도 훨씬 넘은 영진호(59t급) 크기의 선박이 오징어 상자를 갑판과 선내에 500여개나 실은 채 항해하다 측면에 강한 파도를 맞았다면 침몰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해경은 보고 있다.
큰 파도가 치는 상황에서는 배가 좌우로 심한 기울어짐을 반복하기 마련인데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진 순간 측면에 강한 파도를 맞는다면 바로 전복돼 물결에 휩쓸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영진호 실종 당일 조업했던 다른 선박의 선원들도 "해당 해역에 돌풍이 불었다"고 해경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영진호가 상당히 위험한 조건에 놓여 있었음을 뒷받침했다.
또 선원들의 휴대전화가 9개, 위성통신망이 3개, 위성항법장치(GPS) 등 교신이나 위치 추적이 가능한 경로가 10여개나 되지만 이 가운데 지금까지 어느 하나도 연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섣불리 침몰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납득하기 힘든 정황이 많다. 해경이 가용 자원을 총 동원해 수색작업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일단 영진호에서 나왔으리라 추정되는 부유물이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고 조난신호 자동발신장치(EPIRB)의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경은 침몰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갑판에까지 오징어 상자 200여개를 실어 둔 배가 침몰했다면 사고 해역 인근에서 상자가 하나라도 눈에 띄어야 하는데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선박 집기나 기름띠 등 부유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이상하다.
영진호는 상부 마스트에 EPIRB를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통신이 두절된 이후 이 신호는 전혀 잡힌 적이 없다. 장비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가정하면 아직 배가 표류 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선체 길이 24m 이상의 모든 선박은 침몰 시를 대비해 선체에 조난신호 자동발신장치(EPIRB)를 달도록 규정돼 있다. 이 장치는 배가 수면 2m 아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떨어져 나가 48시간에서 80시간까지 조난신호를 계속 내보낸다.
이와 관련해 해경은 "이 장비는 심한 파도 가운데서도 작동할 만큼 민감해 '오인 구조요청'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어 일부 어민들은 이를 와이어로 묶어 두기도 한다"며 "이 경우 장비가 작동하지 않는데 영진호도 그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라진 영진호가 침몰했는지, 표류 중인지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하루라도 빨리 선원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가족들은 해경과 해군의 수색작업을 애타는 심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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