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기후변화와 탄소경제] ⑤ 땅속 에너지를 끌어낸다

독일의 지열발전

편집자주 -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들은 이제 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이른바 '녹색성장'에 동참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입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독일과 영국 핀란드의 주요 사례를 통해 선진국들의 녹색성장 움직임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알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후원 - 언론재단·기후변화센터>

오늘은 독일의 '지열발전' 취재기를 올립니다. 지열발전은 지하 수천미터 아래까지 파고내려가 땅 속 열을 이용해 물을 데우고 그 수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인데, 우리에겐 아직은 조금 생소한 개념입니다.

독일 남부 뮌헨의 외곽지역에 한창 건설중인 지열발전소를 찾았습니다. '이노바리그(Innovarig)'라는 이름의 지열발전소는 이미 높이 52미터까지 시추시설이 까마득히 올라가 있었을 정도로 상당히 건설이 진행된 단계였습니다. 현재는 지름 수십센티미터의 파이프로 지하 5천미터 깊이에 있는 암반까지 파내려가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 지하 5천미터까지 파내려가기 위한 장비

  ▲ 땅을 파는데 사용하는 철제드릴 시추공. 석유를 캐내기 위해 쓰는 시추 장비와 같은 것이랍니다.

지열발전은 외형상으로 보면 석유를 시추하는 작업과 비슷합니다. 장비 역시 석유시추를 위해 지반을 파내는 드릴을 사용하고 기술 역시 정유회사들이 확보한 드릴 기술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내년쯤 공사가 끝나게 되면 땅속의 열이 파이프를 통해 분출되면서 나오는 수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로 본격적인 발전이 시작됩니다.

 

  ▲  현장을 설명해주고 있는 엔지니어 디르크 알페르만 씨

지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한대의 에너지인 지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고갈염려가 없고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 걱정도 없는 친환경 에너지입니다.

그렇다면 지열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약 45억년 전 지구가 탄생했을때부터 저장이 돼있었던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구 내부는 수백만개의 조각으로 뭉쳐져있는데 내부 온도는 섭씨 6000도에 달해 그 안에 무한한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지구 중간층에 암석이 일종의 절연체 역할을 하고 있어 표면까지 열이 미치지 못하게 하는 상태인데, 이것을 뚫어서 열을 끌어올리는 것이 지열발전의 원리입니다.

지열에너지는 에너지 잠재총량에 있어서는 태양광과 태양열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분야 가운데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어서 지열은 아직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수준이 대부분입니다. 지열을 통해 물을 데우고, 이 온수가 집안을 데우는 것인데요. 때문에 전력을 생산하는 것까지는 상당히 고난이도의 과정인 셈입니다. 전력은 지하 5000m까지 열시추공으로 파내려간 뒤 그곳에서 나오는 열이 물을 데우고, 거기서 방출되는 수증기로 발전터빈을 돌려서 생산됩니다. 지열업계에서는 10여년 후면 지열발전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뮌헨 외곽의 운터하킹시에 있는 지열발전소 전경

뮌헨의 다른 외곽 도시 운터하킹에 있는 지열발전소. 이미 2007년부터 가동에 들어가 주변 2만 세대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뮌헨 시정부가 개발한 것으로 현재는 지역사회가 지분을 나눠 소유하고 있습니다. 시 정부는 20년동안 에너지 공급 비용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인 지열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 땅속 깊은 속의 열을 끌어올려 수증기로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도록 연결하는 시설

지하 3,500m 깊이에서 데워져 올라온 섭씨 122도의 수증기는 3.5메가와트 크기의 지열발전과 지역 난방용으로 동시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에르윈 크나펙 독일 운터하킹시 시장은 "이 지열발전소를 가동하면서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 4만 톤까지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성과를 말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20년 장기 계획에 따라 현재 독일에 건설 예정인 지열발전소는 모두 150개. 독일은 화석연료의 대안을 지열발전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미 풍력과 태양전지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어 에너지효율과 탄소배출 저감 등에 있어 상당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목표로 삼는 것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07년 에너지,기후변화 정책과제로 '20-20-20% 목표'를 제시한 것과 일치합니다. '20-20-20%'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은 20%로 높이고 에너지효율은 20%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지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한대의 에너지인 지열을 이용하는 지열발전은 전세계적으로 아직 널리 확산된 편은 아닙니다. 독일 외에 미국의 가이저, 뉴질랜드의 와이라케이, 이탈리아의 라르데렐로 정도가 유명한 발전소인데요. 매우 높은 시추비용 때문에 아직은 민간이 투자해서 사업을 진행하는데 애로가 많고, 높은 기술수준을 요하는데다 장비 등도 상당히 비싼 편이라는게 이유입니다.

또 지하에서 끌어올린 뜨거운 물 속에 황화수소 등과 같은 유독가스나 오염물질이 녹아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합니다. 스위스에서는 지열발전설비를 설피하기 위해 지하 5천미터 아래까지 뚫었지만 지진이 발생해 공사가 중단되는 등 지열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상당히 예측불허의 변수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The Thrill to Drill(땅을 파는 희열)'

독일 지열발전소 홍보문구는 아주 간결하게 지열발전에 대한 미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점차 인지도를 높혀가고 있는 지열에 대한 국내에서의 연구와 관심도는 초기단계입니다. 아직은 지열로 냉난방 하는 시스템 위주로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지열 냉난방 시스템 설비 기술은 상당히 진척이 된만큼 향후 지속적인 관심이 뒤따른다면 신재생에너지의 주요한 수단으로 지열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지식경제부와 산업계를 취재하는 정호선 기자는 1997년에 경제지 기자로 시작해 2005년에 SBS에 입사했습니다. 좌우명인 '긍정의 힘'과 함께 오랜 경제분야 취재경험으로 차분하고 정돈된 기사로 활약 중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