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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세입자들의 비가(悲歌)

용산 4구역 취재기

사건 기자는 매일 아침, 자기가 맡고 있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 행사들이 어떤게 있는지 캡에게 보고를 합니다.

하루에만도 참으로 다양한 행사와 집회가 있지요.

그렇다보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떤 행사는 굳이 위로 보고하지 않고도 기사꺼리가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놔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용산 4구역 세입자들...

이 지역을 담당하고 있었던 저의 아침 일정엔 거의 매일 이들이 구청 앞에서 벌이는 집회가 예정돼있다는 게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이 일정은 굳이 신경을 쓰지않아도 되는 그래서 굳이 캡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던 집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조용히 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던 이들 가운데 30여 명이 용산역 앞의 한 건물 옥상에 올라가 집회를 하고 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으로 돌을 쏘아대면서요...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2009년 서울에 다시 화염병이 등장했다니...

그리고 다음날 아침, 더 기막힌 소식을 들었습니다.

새벽, 경찰 특공대가 진압에 들어가면서 농성하던 망루에 큰 불이 났고, 망루가 무너지면서 사망자가 여럿 발생했다는 것...

그야말로 20년 전의 풍경이었습니다.

아직도 화재원인과 경찰 진압 과정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1주일동안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계속 머리 속에 맴돌았던 질문은 한 가집니다.

왜 2009년 1월에 20년 전의 풍경이 되풀이돼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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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커피를 좋아해서 뭔가 집중해서 일을 하기 시작할 땐 커피 한 잔을 먼저 마시는 습관이 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서도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하거나 기사를 쓰기 전, 커피를 찾아 나섰는데요.

현장 맞은 편의 조그마한 슈퍼마켓이었습니다.

이 집 주인 아저씨와 현장에서 만났던 여러 지역 주민들의 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용산 4구역, 신용산역 앞 국제 빌딩 옆 지역입니다.

바로 앞 용산역 쪽엔 용산국제업무 지구가 들어오고 구역 뒤쪽으론 공원이 예정돼있습니다.

노후 주택 등을 허물어 지상 35층의 주상복합아파트와 29층 높이 업무용 빌딩 등이 들어올 예정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개발 이익이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곳이죠.

문제는 2007년 재개발 승인이 난 뒤 재개발을 추진하면서부터 생겨났습니다.

주택 재개발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르게됩니다.

그런데 이 법률에는 영업보상비에 대해 명시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토지를 수용할 때 그 손실 보상에 대해선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취법)을 준용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 공취법을 보면 재개발로 인해 영업장소를 옮겨야 할 때 3개월분의 휴업보상금을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조합은 여기에 준해 세입자들과 보상금을 협의하게 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평가된 보상금이 세입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겁니다.

제가 만났던 세입자들도 대부분 1억이 넘게 투자비가 들었는데 보상금은 3천만원 안쪽이었다며 그 돈으로 어디서 뭘 할 수 있겠냐고들 하더군요.

또, 보상금이 들쭉날쭉하다며 산정 기준 자체에 의문을 갖기도하고, 산정하는 감정평가사들이 대부분 조합 측에서 선임하다보니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권리금' 때문입니다.

관행적으로 상가 매매나 임대차를 할 때 기존 영업에서 생겼던 영업권의 대가로 권리금을 지급하지요.

그런데 법에는 보상금 산정할 때 '권리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세입자 입장에선 권리금은 고스란히 떼이고 법정 보상금만 손에 쥐게 되니 당연히 보상금이 적을 수 밖에요.

재개발 사업 시행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조합 측은 득될 것이 없으므로 플러스 알파를 더해주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여러가지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기도 하죠.

조합과 재개발 시행사라는 이미 잘 조직된 힘 앞에 개인은 무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세입자들 역시 나름의 조직을 만들어 대항하게 되고, 대항과 대항이 맞서면서 자극적인 사건이 터져야 주목하는 언론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시위는 격화되기 마련입니다.

'재개발'은 재테크에서 영원한 호재라고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개발 이익은 특정 계층내에서만 돌아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성수동, 왕십리, 상도동 등 그동안 여러차례 이 모순이 터져왔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용산 4구역에서 또 한 차례 사건이 '펑'하고 터졌습니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서울시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재건축 법률을 정비해서 상대적 약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는데요.

그 말이 나온 다음날, 역시나 커피를 사러 온 저에게 슈퍼마켓 아저씨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 구역도 저쪽보다 더하면 더했지...말도 아냐... 변호사 사서 해보려 해도 법적으로 보상 받기도 어렵고, 저쪽 변호사들이 워낙 빵빵해서 이기기도 어렵대...그냥 손해보더라도 결국은 받아들여야하는데...걱정이야..."

  [편집자주] 유재규 기자는 2005년 SBS 기자로 입사해 국제부를 거쳐 사회2부 사건팀 기자로 취재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취재로 우리 일상의 사건.사고와 숨은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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