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2.지적장애 3급)양은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언제부턴가 아버지의 친구가 집에 드나들기 시작하더니 어느날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했다. U양은 이 사실을 할머니에게 알렸지만 돌아온 것은 꾸지람과 매질뿐이었다.
B(14.지적장애 1급)군은 치매증세가 있는 할머니, 이혼 뒤 일 때문에 집에는 매달 한두 차례 들르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방치되다시피 생활하고 있던 B군은 같은 학교의 선배에게 끌려다니며 자신의 집 등지에서 수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B군은 평소 이웃으로부터 음식을 얻어먹으며 지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가 14일 공개한 '장애인 성폭력피해자 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성별이나 나이를 불문하고 성폭력의 표적이 되고 있으나 가정 환경이나 경제적 사정 때문에 거의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센터가 접수한 신규 사건 가운데 대표적인 21건을 들여다 보면 피해자들의 연령대는 9세부터 61세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으며 피해자들 가운데는 10대 남성도 1명이 포함돼 있다.
센터 측은 "초기에는 성인 장애인 피해자가 대부분이었으나 갈수록 연령대가 낮아져 최근에는 초.중.고등학생들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지난 2008년에도 학생 피해자가 많았고 그 가운데는 초등학교 2학년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은 대체로 가족이나 친척, 동네 오빠 등 평소 피해자와 알고 지내던 사이로 피해자가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임을 노리고 접근해 범행한 뒤 "피해자가 원했다"는 식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의 경제 사정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될 만큼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가족 또는 보호자들의 경제활동 때문에 이들을 보호할 만한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피해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적장애나 치매,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부모를 두고 있어 '방치'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며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에게 양육받고 있는 경우도 다수였다.
일부 피해자들의 부모는 자신들의 자녀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한 나머지 자녀가 성폭행 피해를 당한 뒤에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자녀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장애인들이 가정에서부터 방치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상담센터는 ▲장애인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 강화 및 교육강사 양성 ▲피해사례의 철저한 관리 ▲피해자를 위한 쉼터나 주간보호센터 설립 ▲피해자 지원기관에 대한 물적.인적 지원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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