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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살려하면 모두 죽는다"

'살려하면 죽고 죽으려하면 산다'

'침몰하는 배에서 모두 살려하면 모두 죽는다'

'침몰하는 배에서는 뛰어 내려야 산다'

어린 시절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 말들은 세월이 갈수록 그 의미가 새롭다. 죽도록 열심히 하면 살지만 위기를 피하려만 하면 죽는다. 화단을 가꿀 때 모든 화초를 살리려 하면 모든 화초가 엉망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고 매달리다가는 다른 일도 그르치기 십상이다.

미국의 경제위기가 세계를 휩쓸면서 우리경제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어려움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노력도 눈물겹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다고들 하는데 아직 큰 사상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것에 모두들 의아해 하고 있다. 큰 사상자를 찾을 수 없으니 그만큼 위기감을 실감하기도 힘들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지난주 말 한 시중은행의 고위간부는 연체가 늘어서 정말 걱정이라면서 부도를 낼 것은 빨리 내야하는데 모두를 끌고 가려하니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부실기업을 억지로 살리려 연체이자는 신규대출로 전환하고, 일부 이자는 탕감해주고, 신규 사업에 필요한 자금까지 대줘야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어려운 기업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살려놓은 부실기업들은 시장에 각종 해악을 끼치면서 좋은 기업들까지 함께 부실화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한다. 덤핑을 치는 등 각종 거래에서 기형적인 거래를 일삼으면서 동종업계를 동반 부실로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은 결국 채권자인 은행이 채무자에게 끌려 다니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주 D G H D 등 10대 대형 건설사 4곳이 대주단 가입을 신청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어려움이 알려졌던 기업들로 금융권이 대주단 가입을 강권했지만 거부하다가 결국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일제히 대주단 가입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조원대의 어음이 만기가 돌아오는데, 시장에서 만기연장은 되지 않으면서 일부 기업의 어음은 1주일 단위까지 단기화 됐다고 한다. 이들 건설사의 어려움은 같은 계열의 다른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또한 은행들의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은행에 수십조 원의 자본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시중은행에는 기본자기자본비율 9%를 갖추라 권고하고, 국책은행을 통해 우회적인 자금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부도를 유예한다고 부실기업이 곧 정상화될 것 같지는 않다. 경기침체가 심화될 경우 부실은 더욱 커지고, 이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만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금융기관의 재무상태를 시장가격에 따라 평가해 반영하도록 한 것은(MARK TO MARKET) 적기에 부실을 반영하고 적기에 이를 시정하도록 한 것이다. 제때 부실을 반영하지 않고 상처를 도려내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려 봐야 할 것이다.

부실기업도 부도를 내지 않는 세계적 추세가 정말 옳은 방법인지, 우리에게 맞는 것인지도 다시 따져 볼 일이다. 미국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자동차 빅3를 살리고,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린다고 우리도 따라해야 하는 가.

미국은 국가부도가 없다. 부채를 마구 수출하고 달러를 찍어내도 중국이나 일본이나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간다.

우리도 그럴 수 있는가.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할 때가 아닌지 재고해 볼 일이다.

 

[편집자주] SBS 보도국 경제부의 수석 차장으로 현재 정책.금융팀을 이끌고 있는 김용철 기자는 1991년부터 현장에서 활약한 최고참급 기자입니다. 경제 분야의 오랜 취재경험과 폭넓은 인맥으로 전문성을 자랑하는 김 기자는 지난 2005년에는 시사고발프로 '뉴스추적'에서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의 해외도피 행적을 끈질기게 추적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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