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와 정치현안에 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27일 김 전 대통령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지금 흐름을 보면 10년 전의 시대로 전체 흐름이 역전되는 과정이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민주주의 위기, 둘째는 경제위기와 서민고통, 셋째는 남북관계 문제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먼저 민주주의에 대해 "이제는 그 누구도 독재에 성공할 수 없다. 일시적 반동은 있겠지만 절대 후퇴는 없다. 그런데 앞장서서 외치는 사람이 필요하다. 길을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굳건하게 손을 잡고 시민사회단체 등과 손을 잡고 광범위한 민주연합을 결성해 역주행을 저지하는 투쟁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본다", "강권 정치를 하는 사람은 자신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와 다르다는 착각도 가진다"며 현 정권의 독단적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경제위기에 대해서도 "부시 정부의 실패는 신자유주의 정책, 감세, 규제 해제로 시장조절에 실패한 데 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아래층(서민층)에 혜택을 주는 정치를 시작할 것으로 본다"면서 "돈을 푸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는 그 돈이 가진 자들의 손으로 가느냐, 밑으로 가느냐다. 비정규직 고용 문제, 기초생활보장 등으로 들어가야 한다. 돈이 위(부유층)로 가는 게 아니라 밑(서민층)으로 가야한다"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대립각을 분명히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의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내려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은 부시 정부의 실패한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무슨 수로도 역행하지 못한다. 만약 역행한다면 김영삼 정부 시절의 통미봉남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우리가 살길은 북측으로 가는 것이다. 지하자원, 관광, 노동력 등에서 북한은 '노다지'와 같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우리가 덕 본다. 북한은 일본으로부터 배상도 받게 된다. 북한에 퍼주기라고 하는데 '퍼오기'가 된다"고 역설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권의 정치, 경제, 외교(대북관계)에 대한 '전면 비판'이었다.
이렇게 진보세력의 원로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연합을 외치자 보수진영도 맞대응에 나섰다. 당사자인 여당은 물론 보수세력의 원로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포문을 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루 뒤인 지난 2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김대중 씨의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도전과 국기 문란에 대해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용서하지 않을것"이라며 "김대중 씨는 국민과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받고야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정일 주변은 초호화 사치를 하지만 수 백만의 북한 주민은 굶주림에 허덕이며 죽어가고 있는 곳이 북한이고, 수십만 명의 북한 동포가 5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참혹하게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곳이 바로 북한"이라며 "그런 생지옥인 북한을 노다지라니 정신이 이상해도 보통 이상한 것이 아니다"고 맹비난했다.
이와함께 "김대중 씨는 김정일 독재자에게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면서 뒷돈으로 5억불을 비밀리에 송금했던 사람으로, 비밀송금 사실이 탄로나자 통치 행위란 구차한 변명으로 빠져나가고 심부름했던 사람들만 사법처리됐다"면서 "실패로 끝난 햇볕정책으로 노무현 정권까지 10년간 14조 원이나 퍼줘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만든 장본인일 뿐만 아니라 김정일 독재체제를 연장시켜 북한 주민을 기아선상에서 고통받게 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자신이 우리 국민과 민족에게 저지른 죄악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대정부 투쟁을 선동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무엇이 얼마나 두렵기에 지금까지 독재자 김정일의 대변인노릇을 일관되게 하고 있는지 국민은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두 거물과 함께 90년대를 풍미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가세했다. 이 총재는 "어떻게 전직 대통령이 야당과 시민단체에 대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며 "전 정권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이런 언동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전직 대통령답게 점잖게 처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실패한 정책을 답습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비핵개방 자체도 부정하는 것이냐"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지극히 개탄스런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보수대연합인 셈이다.
특히 YS-DJ 두 사람의 공방은 정치권을 다시 90년대로 돌려놓은 느낌이었다.
아직도 현실 정치에 '짱짱'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두 전직 대통령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에는 어쩌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三金 퀴즈' 같은 희화화된 두 老 정객 모습과 함께, 아직도 그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정치권의 초라한 현실이 각인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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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예리한 시각과 꼼꼼한 취재가 돋보이는 남승모 기자는 2000년 SBS 공채 8기로 입사해 사회부,경제부를 거쳐 정치부 정당 출입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특유의 적극성으로 활발한 현장취재를 통해 복잡한 정치 현장의 맥을 짚어주는 기사들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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