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살인죄로 무기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죄수가 중병을 앓고 있는 아들에게 장기를 줄 수 있도록 형집행정지처분을 내렸다.
재소자 본인의 건강과 무관한 사유로 무기수에 대해 이런 결정이 내려지기는 사상 처음이다.
부산지검 공판부 이태한 부장검사는 24일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들(28)에게 신장을 기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무기수 박모(54) 씨와 그 가족의 탄원을 받아들여 박 씨에 대해 형집행정지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형집행정지처분이란 확정판결을 받아 처벌을 받고 있는 재소자의 형 집행을 잠시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고령이거나 임산부, 암 투병 등 본인의 건강상 이유로 이런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이번 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그것도 살인죄로 무기형을 살고 있는 재소자에게 집행정지처분이 내려지기는 국내 사법 사상 처음이다.
이 부장검사는 "관련 법에 재소자의 신변에 중대한 사유가 있으면 형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고, 이번 경우도 그에 해당한다는 판단아래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서 "5~6일 정도 걸리는 수술기간에 한정해 형 집행이 정지되며, 그 기간에는 부산교도소 직원들의 감시아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결정에 따라 박 씨는 이날 아들이 입원 중인 부산시내 모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마쳤으며, 26일 형집행정지가 시작되면 곧바로 이식 수술을 받게 된다.
앞서 가정 불화로 부인과 이혼하고 2000년 살인까지 저질러 무기형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인 박 씨는 만성신부전증 말기 판정을 받은 아들에게 신장 이식 수술을 할 수 있게 형집행 정지처분을 해 달라고 검찰에 탄원했다.
검찰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고민했지만 박 씨의 두 아들이 가정불화에도 성실하게 생활해 왔고, 많은 주위 사람들이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도움을 주고 있어 형집행을 잠시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박 씨의 둘째 아들(26)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형의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돼 감사할 따름"이라며 "앞으로 더욱 성실하게 살면서 은혜를 갚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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