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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에 증권사 보고서 '섹시 바람'

"잘있거라 1,400원∼" "워런버핏의 가슴을…"

"튀어라, 튀고 섹시해야 산다"

하루에 수백 개씩 쏟아지는 증권사 보고서에 이른바 '섹시바람'이 눈길을 끈다.

보고서 홍수 속에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이 신문기사를 방불케 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제목으로 보고서를 무장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동준 기업조사팀장은 이달 19일 '실물위기 극복 앞장서는 태극전사 20選(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글로벌 경기악화로 내년 국내기업의 고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기업을 태극전사로 묘사하는 한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각각 축구와 야구경기에 비유해 각 시장에서 11개 기업과 9개 기업의 대표 태극선수로 선정한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선을 넘나들자 환율급등을 빗대 '잘 있거라 1,400원, 인연이 있으면 다시 볼 날…'(KB선물 이탁구 연구원)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마치 김지하 시인이 '5적(賊)'을 담시(譚詩)체로 써내려가 듯 "슬프도다 1,400원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너와 헤어질 시간이 이처럼 빨리 올 줄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구나"라며 환율급등을 풍자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좋은 날 있으면 궂은 날 있기 마련이고, 궂은 날 잘 견디다 보면 해 뜨는 날 다시 오지 않겠느냐. 그나마 너와의 인연을 이 정도라도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외환당국의 덕이 컸다. 혹시라도 더 힘 좀 써주면 너와 함께 할 몇 날 밤이 더 늘어날 수도 있을지 모르니 희망을 아주 버리지는 말자꾸나"

IBK투자증권 오재열 연구원은 급락증시에서 유일한 매수주체로 구원투수 역할을 해온 연기금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중지련(泥中之蓮.진흙땅 속에 핀 연꽃)이 아름다운 이유'라는 보고서를 냈다.

거의 모든 투자주체가 매도에 나서거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연기금은 꿋꿋하게 매수에 나서 그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무상태와 영업의 안정성을 강조한 '워런버핏의 가슴을 뛰게 하는 기업에 투자하라'(삼성증권 전종규 연구원), 액면가를 밑도는 주식의 위험성을 경고한 '주가는 알고 있다'(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 등도 눈에 띄었다.

이처럼 튀는 제목과 아이디어는 넘쳐나는 보고서 홍수 속에서 투자자와 시장의 눈길을 끌기 위한 애널리스트 등의 고육지책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선물사 등은 하루에도 많게는 500건, 적게는 200건 이상의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특정기업이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한 다음 날에는 같은 기업에 대한 보고서가 20개 이상 한꺼번에 쏟아진다.

굿모닝신한증권 김동준 팀장은 "보고서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내용을 함축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제목을 뽑기 위해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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