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자치구 중구가 가로수 때문에 3년째 기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06년 중구청장으로 선출된 정동일 구청장이 서울 중구에 '소나무 명품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습니다. 정 구청장은 오는 2010년까지 중구 관내 7천 그루의 가로수 가운데 절반이 넘는 3천 7백 그루를 소나무로 바꿔 심겠다는 계획을 내걸고 현재 열심히 가로수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왜 소나무인가?
중구는 소나무가 추위와 병충해에 강하고, 유해가스 흡수능력이 탁월하며 무엇보다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든 나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애국가 2절 "남산 위에 저 소나무"를 거론하면서 남산을 포함하고 있는 중구야 말로 소나무 가로수는 제격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이니만큼(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은 서울 중구 관내에 있는 충무로 파스쿠찌 부지로 3.3제곱미터가 무려 2억 1천 1백만 원입니다) 가로수도 품격에 맞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걸고 있습니다.
◁ 소나무 가격, 일반 가로수의 4배!
문제는 소나무가 일반 가로수 가격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요즘 가로수로 많이 사용되는 은행나무나 느티나무의 경우는 직경 18센티에서 20센터 규격을 한 그루 심는데 약 150만원 정도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나무는 한 그루 심는데 6백만 원이 든다고 하네요. 무려 4배입니다.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소나무가 도심 가로수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학자가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한봉호 교수인데, 한 교수는 소나무는 집단 군락을 이루는 수종인데, 가로수처럼 따로 떨어뜨려 기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공해에 약해 공기가 좋지 않은 도심 한복판에서 생장하기 어렵고, 가지가 쉽게 부러지는 등 가로수로서 결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중구는 이런 학자들의 의견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소나무가 가로수로 적당하지 않다느니, 공해 때문에 죽어버릴 것이라느니… 이런 말들을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지난 2년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소나무는 가로수로서 너무 매력적이라는 겁니다. 또 그간 1200그루의 소나무를 심어왔지만 도심에 적응하지 못해 죽은 나무는 겨우 8그루뿐이라며 소나무가 공해에 약하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또 소나무 1 그루당 가격은 비싸지만, 매년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플라타나스(버즘나무)에 비해 연간 관리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해가 갈수록 소나무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결국 예산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 서울시 "서울 가로수 종합적으로 정비해야" VS 중구청장 "구청이 나무 한 그루 못심나?"
서울시는 중구처럼 자치단체들이 임의적으로 가로수 수종을 교체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전체적인 관점에서 가로수를 봐야지, 일부 자치구들이 각자 입맛에 맞게 가로수를 교체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치단체들이 가로수를 교체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자 서울시는 이번(2008년 11월) 시의회 정례회에서 자치단체들이 가로수를 함부로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구청은 자치단체가 나무 한 그루 심는 것까지 시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이게 무슨 지방자치냐면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가로수를 놓고 벌이는 이런 기싸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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