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에 치인 50대 남성이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아 이틀 뒤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119 구급대원과 경찰관들은 '멀쩡해 보이던' 피해자가 돌연 사망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3일 전남 영광경찰서와 영광소방서에 따르면 영광군 영광읍에 사는 오모(59)씨는 지난 6일 오후 6시께 읍내 사거리에서 김모(37)씨가 몰던 시내버스에 부딪혀 쓰러졌다.
신고를 받은 119 구급대원과 경찰관들이 출동해 현장을 수습하고 오씨에게 병원 치료를 권했으나 오씨는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경찰 지구대로 옮겨 조사를 받으면서도 병원 후송은 한사코 거절했다.
구급대원과 담당 경찰관은 오씨에게 아무런 외상이 없고 걸음도 멀쩡하게 걷는 점으로 미뤄 '별 일이 없겠지'라는 생각에 오씨를 그냥 귀가시켰다.
하지만 오씨의 상태는 이튿날부터 부상이 급격히 악화해 7일 오전부터 말이 어눌해지더니 오후 들어서는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광주의 종합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오씨는 두개골이 부서졌고 뇌출혈도 심해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며 "사고 직후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면 목숨은 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경을 헤매던 오씨가 사고를 당한 지 약 48시간 만인 8일 오후 숨지자 당시 출동했던 구급대원과 경찰관이 난감해졌다.
수 차례 병원 치료를 권유했고 구급대는 오씨로부터 '병원 후송 거부 확인서'까지 받아뒀지만 만에 하나 '현장 조치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며 "일단 버스 운전자 김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지만 검찰에서도 사건을 어떻게 지휘할 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구급대원도 "오씨가 버스에 부딪히긴 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는데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당황스럽다"며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해 낙도인 송이도에서 어업을 하던 오씨는 5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가면서 83세 노모를 모시고 단 둘이 지내 왔으며, 얼마 전 육지로 건너 와 막노동에 종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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