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11월 11일, 숫자 1일 4개나 겹친 날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빼빼로 데이'라고 불리고 있는 날이죠. 가족, 친구, 동료, 연인에게 숫자 1 모양의 길쭉한 과자 빼빼로를 주며 사랑을 전하는 날이라는 거창한 의미도 담고 있죠.
빼빼로를 만드는 제과 회사에서 빼빼로를 팔기 위해 이런 날을 만든거다.. 유래도, 의미도 없는 지극히 상업적인 날이다..
한 편에서는 이렇게 '빼빼로 데이'에 대한 비난과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올해도 누구나 어김없이 빼빼로 하나쯤은 다 받아봤을 정도로 '빼빼로 데이'는 '발렌타인 데이'만큼 특별한 날이 됐습니다.
숫자 1을 닮은 게 빼빼로만 있냐... 11월 11일 숫자가 주는 특별함을 살리고 싶으면 과자 말고 우리 고유의 것을 찾아보자..
이래서 등장한 게 있습니다. 바로 '가래떡 데이'!!!!!!!!!!
지난 2003년 11월 11일부터 한 IT업체에서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나눠먹기 시작하면서 '가래떡 데이'는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부터는 농림부에서도 나서서 '가래떡 데이'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쌀 소비량을 조금이라도 늘려보기 위한 것이었죠.
그도 그럴 것이 11월 11일은 농림부가 지정한 '농업인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추수도 끝날 시기인 11월 11일이 왜 '농업인의 날'이 될까요? 11이라는 숫자를 한자로 풀면 十(열 십) 一(한 일)이 되죠. 이걸 합치면 土(흙 토)자가 됩니다. 결국 11월 11일이 한자로는 土月 土日이 되는 것이죠. '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농업'의 날인 것입니다.
날이 날이니 만큼 농업인들이 모인 기념식도 열렸고, 우수 농업인들에게는 상도 주어졌습니다. 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행사도 곳곳에서 이뤄졌습니다.
하루 만이라도 점점 잊혀지고 있는 농촌과 농업의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날이 됐지요.
11월 11일에 붙여진 '000 데이'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체 장애인의 날'이기도 한 것입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지난 2001년 11월 11일부터 지정한 날인데요. 장애인 가운데에서도 팔, 다리, 몸에 치료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지체 장애인'들의 권리와 복지를 생각해보자는 뜻입니다.
특히, 꼿꼿하게 서있는 숫자 1처럼 지체 장애인들도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날입니다.
실제로 지체장애인들은 최근 십 년 동안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합니다.
가장 부족한 건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 몸이 불편한 이들이 움직이려면 리프트나 휠체어가 움직일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지만, 일반 건물은 물론이고 관공서 조차도 이런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 겪는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요.
비장애인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이런 것들을 '지체 장애인의 날' 하루 만이라도 생각을 해달라는 것이지요.
11월 11일.. 365일 가운데 딱 24시간, 하루 뿐이지만.. 숫자가 주는 의미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가진 날이었습니다.
'빼빼로 데이', '가래떡 데이', '농업인의 날'. '지체 장애인의 날'... 각각 어떤 연관성이 있나 싶긴 하지만, 이 날들의 맥락은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지내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전하는 날..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보는 날이 그것이지요.
이 날들의 시작은 과자 회사가 과자를 많이 팔기 위해서.. 이익 단체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일지는 모르지만.. 마치 사람들이 나란히 서있듯 (1 1 1 1) 일년에 한 번이라도 서로 마음을 나누고 남을 배려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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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권란 기자는 2005년 SBS 보도국에 입사해 사회부 검찰 출입기자를 거쳐 현재는 사회2부 사건팀에서 경찰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꼼꼼하고 성실한 취재로 계속해서 좋은 기사를 전해드리겠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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