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롄 취재 둘째날.
찐스탄 항에서 배를 타고 '광록도'라는 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광록도에는 당연하게도 중국 어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굳이 광록도를 가려고 한 이유요? 중국으로 떠나기 전, 충남 태안에서 광록도 출신의 한 어민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조업허가증 없이 한국측 EEZ를 넘어왔고, 해경의 물대포를 맞았으며, 별다른 저항 없이 검거됐고, 결국 구속됐습니다. 광록도에 건너가 EEZ를 침범하는 속사정을 듣고 싶었습니다. 구속된 어민의 가족도 좀 만나보고요. 그러나 머릿속 계획은 계획일 뿐, 대개 그렇듯, 일정이 뒤틀렸습니다. 외국인은 오직 다롄항만을 통해서 입도할 수 있다네요.
차로 1시간이나 떨어진 찐스탄 항에서는 외국인, 그러니까 저희 취재팀이 배에 탈 수 없었습니다. 섬사람 아니면 사전에 알기 힘든 정보. 베이징에서 날아온 코디가 이걸 알 리가 없죠. 결국 아침 9시 배는 유유히 섬으로 떠났고, 일정 펑크 난 취재팀 3명만 항구에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고정된 방송 시간 '1시간'. 무조건 채워야죠. 어느 누구도 취재팀의 일정 펑크 따위를 동정하지 않습니다. 결국 머리를 싸맵니다.
아.. 뭘 한다? 일단 고깃배 구경이나 하자.
100미터 정도 원거리에서 보니, 부둣가 바로 앞에 POLICE 건물이 있더군요. 걸리면 큰일. 몰카 들고 나섰습니다.
어민들한테 생선 살 수 있냐고 물어보고, 장어가 있다기에, 한 번 보고 산다며 배로 올라탔습니다. 그렇게 '배 내부 촬영'과 '장어값'을 바꿨습니다. 촬영비, 즉 장어값은 30위안, 한 5천원 돈 되는데, 살이 통통 오른 장어 4마리를 주더군요.
근처 식당 가서 중국식 찜으로 먹었습니다. 아이고 배불러 하던 차에, 또 생각난 것이, 전날 봤던 'OO횟집'.
다롄항에서 가까운 곳에 걸려 있던 반가운 한글 간판. 해독할 수 없는 언어의 넘침 속에 한글은 한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횟집 사장님한테 생선 설명이나 해달라고 해야겠다.
기억해뒀던 횟집을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버스 타고 2시간. 횟집은 내부수리중이었고 물어물어 새로 오픈한 OO횟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행운의 내용은,
1. 횟집 사장님은 마침 수산물시장에 횟감을 사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2. 바다횟집은 다른 가게와 달리 횟감을 오후에 사곤 했습니다. 저희가 사장님을 붙잡을 수 있었죠.
3. 중국동포였던 사장님은 중국의 마구잡이+싹쓸이 조업에 대단히 비판적이었습니다.
4. 이 신랄한 비판을 수산물시장 한복판에서 '한국말로 했으니' 아무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5. 수산물시장의 단골고객이었던 사장님을 따라다니며 각종 생선을 '안전하게' 촬영했습니다.
6. 서울 강남의 횟집에서 7년 동안 일했다는 사장님은 한국인을 무척 반겨주셨습니다.
이 행운들이 딱 어우러졌습니다. '운9기1' 쯤 되는 것 같네요. '관운'이 있듯 '취재운'이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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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상 구석구석을 훑어보는 짜디 짠 소금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 핸섬한 외모의 박세용 기자는 2005년 SBS 보도국에 입사해 사회부 사건팀을 거쳐 기자들이 만드는 시사고발 프로그램 '뉴스추적'에서 활약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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