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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긴축이냐? 투자냐? 그것 참 고민되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로 옮겨오면서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실물경기가 위축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실적도 동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 세계의 주요 소비시장이 침체돼 물건을 덜 쓰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출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이치겠지요. 자연스럽게 재고관리 차원에서의 감산과 전반적인 긴축경영을 위한 감원, 감봉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주말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가동을 부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연말까지 11일 정도 생산을 멈추게 되면 전체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량의 6%에 달하는 약 1만 5천여대가 감산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도 수급상황에 맞춰 일부 생산량 조절은 있었지만 앨라배마 공장을 이정도로 쉬는 조치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대차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 자동차 시장을 감안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미국 자동차판매량은 무려 26%가 감소했고, 10월은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GM, 포드에 이어 도요타 현대차의 감산이 이어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전자업계도 비상입니다. LG디스플레이가 이달부터 생산량을 5% 줄였고, 삼성전자도 LCD 감산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건설경기 둔화 속에 포스코가 스테인레스강 일부를 감산하고 동부제철도 H형철제 생산을 줄이는 등 주요 철강업체들도 수요가 부진한 일부 제품 중심으로  감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업들이 새로운 대규모 투자를 모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일단 불황의 터널을 '살아서' 통과하는 것이 우선인 기업들로서는 재고관리를 통해 적절한 수급조정과 가격관리가 필수입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불황을 기회로 삼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경기침체 등 안좋은 소식 속에 움츠러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주력 기업들의 몰락 또는 부진을 틈타 시장지배력을 넓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역발상' 접근법입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이 2-3년 안에 호황으로 돌아설 것이라 보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습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올해 정도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투자액도 당초 계획한 7조 원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철강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건설 역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권문식 제철사업총괄사장은 "지금은 잠시 수요가 위축되겠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수요가 많은 열연강판과 후판은 상당한 량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다시 늘어날 철강수요에 대비해 당진제철소에 올해 예정대로 2조 원의 투자를 계속해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입니다.

즉 이들은 '불황=긴축'이라는 공식을 깨고 경기 사이클이 반복돼 다시 호황기로 진입할 시기를 대비해 공격적인 경영을 선택하는 셈입니다.

일부 재벌총수들도 '공격경영'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현재의 경기불황이 분명 큰 시련이 되고 있지만 어둠이 걷히기만 기다리지 말고 어둠 속에서 길을 떠나 새벽녘 기회의 강을 건너자"며 경제 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성장의 발판을 선점하는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아마 최근 현대중공업과 함께 2파전으로 압축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불황시기에 막대한 유동자금이 필요한 M&A가 위험할 수 있다는 대내외적인 여론을 불식시키겠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결국 매번 좋아졌다 나빠졌다는 반복하는 경기 움직임 속에서 기본적인 경영전략은 유지하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과거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재계도 같이 정중동의 자세를 보였던 것이 많았다면 이제는 좀 더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하고 틈새시장을 뚫는 전략을 구사하는 방법을 선택하겠다는 것입니다.

감산과 긴축이냐 아니면 대규모 투자냐,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불황을 헤쳐 나가려는 기업들의 해법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모두 자신들에 유리한 해법을 찾느라 어느 때보다 고심 중입니다.

기업의 투자가 계속되어야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에 활력도 생기는 만큼, 반드시 긴축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신중하고 일관되게 투자를 지속하는 모습도 병행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편집자주] 지식경제부와 산업계를 취재하는 정호선 기자는 1997년에 경제지 기자로 시작해 2005년에 SBS에 입사했습니다. 좌우명인 '긍정의 힘'과 함께 오랜 경제분야 취재경험으로 차분하고 정돈된 기사로 활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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