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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참사는 분명 또 일어납니다!

고시원 방들은 왜 그리 작을까?

믿기 힘든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불을 지르고 사람을 죽인..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유족들은 변변한 보상도 받기 힘들게 생겼습니다.

이야기를 전하는 저도 이렇게 답답한데 직접 겪으신 분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어이없이 변을 당하신 고인들께는 명복을, 힘드실 유족들께는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시겠지만, 사실 고시원 참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이번 같은 살인극은 아니지만, 이번 일도 방화가 시발점이 된 거니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피해규모가 큰 사건들 위주로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고시원은 특히나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도 이 점을 악용했지요. 뭐 고시원에는 다들 한 번쯤 가보셨을테니 비좁다는 걸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겨울엔 하룻밤에도 몇 건씩 터지는 게 화재사건인지라 사건기자들에게 화재는 제법 익숙한 편입니다.

사람들 빼곡히 모여 사는 세상에서 어떻게 불이 나는 것 자체를 막겠습니까. 그렇지만 실수로 불이 나는 '실화'든, 일부러 불을 놓는 '방화'든 불이 난 경우에 사람이 죽지 않도록은 할 수 있습니다. 대피시설과 소방시설이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지요. 그걸 강제하는 소방법도 그래서 있는 거고요.

그러나 실제로 불이 나면 참사로 이어지는 고시원은 소방규정도 소방규정이지만, 관리상태가 아주 최악입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시죠. 하나씩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 고시원 방들은 왜 그렇게 비좁을까?

고시원의 복도는 보통 1m가 채 안됩니다. 1m나 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고요. 보통 남자들이 외투를 입었을 때 어깨 넓이가 50-60cm 정도니까 두 명이 서로 마주 본 상태에서 부딪치지 않고 지나가기 어렵겠죠. 만약 이런 벽에 불이 붙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 명이라도 출구 반대방향으로 뛴다면.. 끔찍하지요.

그럼 건축법상 고시원 복도의 폭은 얼마로 규정되어 있을까요?

정답은...

(어이없게도) 아무 기준이 없습니다. 주인이 1m로 만들든, 40cm로 만들든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어디 복도 뿐인가요? 기준이 없기는 방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니까 주인들은 복도도 줄이고, 방 크기도 줄여서 최대한 많은 객실들을 만들어 놓는 겁니다. 심한 말로 뭐 불나면 주인이 죽나요. 어차피 고시원 주인은 고시원에 살지도 않는데. 

 @ 건축법상 기준이 없는 이유는?

여러분들 잘 아시는 <훼미리마트>가 이번 달 13일에 4천점을 돌파했습니다. 현재 훼미리 마트는 전국에 4천개, 서울에는 850개가 있습니다. 그럼 고시원은 몇 개 일까요? 전국 통계는 있지도 않고, 서울에만 3,450개가 넘습니다.(2008.9.25 서울소방본부 자료)

그런데 건축법상 기준이 없다니요. 어째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시죠. 건축법에 고시원에 대한 기준이 없는 이유는 현행법상 '고시원'이라는 업종이 없기 때문입니다.

보통 식당은 <요식업>으로, 술집은 <유흥업>으로.. 이렇게 업종구분이 되어 있는데 고시원은 이런 기준 자체가 없다는 얘깁니다. 만약 건물 지어서 식당을 하려면.. 기준대로 지어서 이런저런 검사도 받고 식당을 하는 업주들은 위생점검은 물론, 건강검진이나 위생교육 이런 걸 받지만, 고시원은 심사나 관리, 뭐 이딴 게 전혀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저 고시원 한다고 구청에 신고하고, 세무서에 세금만 내면 된다는 말이죠.

보통 업종의 구분은 <공중위생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고, 당연히 이 법을 관리하고 있는 곳은 보건복지부인데요. 복지부에 물었더니 대답이 참 가관입니다.

"2007년 11월에 법안을 발의했는데, 17대 국회가 파행돼서 자동 폐기됐다"더군요.

고시원은 이미 10년도 전에 사법고시생들이 모여 사는 신림9동에서 생겨나서 노량진 학원가를 거쳐 역세권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온 거거든요. 그럼 복지부는 작년 11월까지 뭘 한 걸까요. 뭐..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겠죠.

"아.. 그 땐 제가 이 업무 담당이 아니라서.."

@ 그럼 누구 책임일까?

고시원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을 수 있으려면 공중위생법, 건축법, 소방법에 명시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건 아주 기본적이고,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입니다. 고시원이 무슨 신종업도 아니고.. 지금 고시원에 살고 있는 사람만 몇 명입니까.

건축법에 없으니 고시원 시설 기준이 없어 업주들은 무조건 방만 '많이' 만들고, 공중위생법에 없으니 위생시설이 어떻든 거주자들은 그냥 생긴대로 살고, 소방법에 없으니 답답한 소방서들은 어쩔 수 없어 대충 노래방 수준 정도로 관리를 합니다.

고시원에서 불이 나고 사람이 죽으면, 언론에 두드려 맞는 건 소방관계자들 뿐이다 보니 급한대로 지난해 3월 소방법 시행령에 고시원을 끼워 넣어서 대충 <노래방> 정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공중위생법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나, 건축법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는 뭐 누가 뭐라지도 않는데.. 굳이 법안을 개정하고 이래저래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는 거죠.

표 나지 않는 일에는 절대 나서지 않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에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만 죽어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순서상 복지부에서 공중위생법에다가 <고시원>이라는 업종을 넣어야만 건축법이나, 소방법 등에도 고시원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1차적인 책임은 복지부에 있는 겁니다. 현재 법 개정안이 국회의원 3명의 발의로 국회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직불금 가지고 '노무현 탓이네', '이명박 탓이네'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국회가 과연 이 법안을 신경써서 처리를 할런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다닥다닥 붙은 쪽방에서 시체 타는 냄새를 맡아야 하는 소방대원 분들이나, 유족들 앞에서 참 염치없는 짓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는 뭐라고 했을까?

그럼 정부는 고시원 사고가 날 때마다 지켜만 봤을까요. 뭐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래저래 잔뜩 호들갑을 떨긴 했지요.

2004년 수원사고 이후 당시 행정자치부는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한다며 법썩을 떨었고, 2006년 잠실사고 이후엔 소방방재청이 고시원을 등록제가 아닌 신고제로 추진하겠다고 나섰죠. 지난 7월 용인사고가 나자 경기소방본부와 서울 소방본부가 부랴부랴 고시원 실태파악에 들어갔고요.

그러나 사고 때마다 이렇게 발표한 대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 된 것도 많았습니다. 물론 소방관계자 분들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이렇게 그 때 그 때 비난을 막아내기에만 급급한 정부의 태도를 문제삼는 거죠.

사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무심한 언론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사고가 나면 소방법상 문제가 없는지, 소방관들의 대처엔 문제가 없는지만 살피고 말았으니까요.

법안 이야기가 나오면 뭔가 이야기가 딱 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해서인지 아니면 공무원들의 직접적인 실수가 아니라 조질 대상이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해서인지 구조적인 문제를 공론화 시키거나, 여론의 힘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뼛속 깊이 반성하고 고쳐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것이.. 그저 명복이나 빌고, 위로 전한다는 무책임한 말 몇 마디보다 더 해야하는 일일테니까요.

저도 한 때 고시원을 찾아 헤맨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창문도 없이 케케한 고시원 한 켠에서잠을 자고 눈을 뜨는 그 답답한 심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합니다. 고시원 총무들이나, 원룸을 소개해주는 부동산 아저씨들이 방을 보여 줄 때마다 판에 박힌 듯 하는 말이 있죠.

"에이.. 그 돈에 이 정도면 훌륭한 거지."

그럴 때마다 저는 속으로 반문하곤 했습니다.

"그럼.. 당신보고 여기 살라면.. 살 수 있겠소?"

아무리 돈이라면 흙이라도 파 먹는 세상이라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관련법이 개정되고, 고시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데까지 앞으로 얼마가 더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 흐지부지 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고시원 업주들과 관계 공무원들 모두 고시원이 '사람사는 곳'이 됐단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이 나빠져서.. 자기들이나, 자기 자식들 혹은 지인들도 고시원에서 눈을 뜨고 밥을 먹는 상황이 오지 말란 법 없으니까요.

  [편집자주] '겸손과 존중'이 취재의 좌우명이라는 김요한 기자는 2006년 SBS 보도국에 입사해 사회2부 사건팀에서 활약 중입니다. 섬세하고 끈질긴 취재력과 함께 수준급 실력의 '드럼' 연주까지 보도국의 팔방미인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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