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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과의 전쟁…Sleepless in Cairo

지난 6월 18일 카이로에 도착한 이후 좀처럼 단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까지는 한 밤에도 4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 탓에 잠 든지 2시간쯤 뒤면 온몸에서 샘솟는 땀에 절로 잠이 깼습니다.

에어컨을 켜고 자면 거꾸로 한기 때문에 깨게 되고 목까지 칼칼해져 그 고통이 더 심했습니다.

결국은 두 시간 정도 뒤 에어컨이 멈추도록 예약을 해놓고 잠을 청했지만 잠든 지 네시간쯤 뒤면 역시 열기 때문에 잠을 깰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갑게도 이번 달 들어서부터는 아침, 저녁 기온이 20도 중반으로 뚝 떨어져 쾌적함마저 느낄 수 있도록 날씨가 변했지만 여전히 숙면은 요원한 상태입니다.

24시간 에어컨을 켜두고 사는 바로 윗층 거주자 때문입니다.

아파트 모든 세대가 에어컨 사용을 멈춘 이후에도 유독 윗집에서는 낮이나 밤이나 웅~ 웅~ 거리는 에어컨 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인사를 나눈 적이 없는데 아마도 동구 정도의 추운 나라 출신이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입니다.)

신기한 것은 모든 세대가 죄다 에어컨을 틀어 놓을 때에는 그 소음이 훨씬 컸지만 전혀 신경쓰이지 않던 것이 한밤중 온 사위가 조용한 때 가늘게 솔로로 들려오는 에어컨 소리가 묘하게 신경을 긁는다는 점입니다.

뇌속에 에어컨 소리 톤이 일단 입력되고 나니 음악을 틀어놓아도 희미하게 나마 에어컨 소리는 계속해서 자극을 멈추지 않습니다.

           * 제 숙면을 방해하는 문제의 에어컨. 새 것이거나 (한)국산 제품이라면 소리라도 작으련만...   

일주일 이상 고생한 끝에 결국은 못견디고, 기온이 더 내려가 문제의 열혈 거주자가 에어컨 사용을 멈출 때까지 한시적으로 사무실에 딸려 있는 쪽방으로 피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오래된 침대가 불편하긴 했지만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기에 저으기 만족하며 잠에 든 지 몇시간 쯤 지났을까, 또 하나의 만만찮은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동트기 전인 새벽 5시쯤 우렁찬 아잔 (하루 5번 기도시간을 알리는 이맘의 독경) 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온 동네를 뒤흔드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 사무실 바로 앞에 위치한 확성기. 자그마한 크기지만 온 동네를 울릴 정도의 엄청난 파워.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거주지 곳곳에 이처럼 아잔을 위한 확성기를 달아 놓는데 제 사무실 위치가 하필이면 확성기 바로 근처였던 것입니다.

집을 구할 때는 확성기 위치를 확인하고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을 골랐는데 설마 사무실에서 잠을 잘 상황을 미처 예상치 못한 불찰이었습니다.

결국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하는데 몇 시간 지나면 음악 소리 때문에 역시 잠을 깨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전 당시 키티호크 항공모함에서 4주동안 지냈을 때는 갑판에서 전투기들이 24시간 출격하고 착륙하는 아수라장같은 환경에서도 숙면을 취한 기억이 생생한 데, 어째서 이렇게 몇년 만에 신경이 급격히 예민해졌는지 의아스러울 뿐입니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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