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하루에 백 원 이상 급등락 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극대화 되는 한 주였다. 주말 정부의 강력한 개입과 투기단속,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등으로 환율이 연이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은 불안감을 아직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경제는 1997년 12월 외환위기 이후 작년까지 10년 동안 1천5백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여기에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 저지를 위해 쌓은 달러를 포함해 2천4백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6위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고 있다.
이런 경제기반에도 불구하고 최근 외평채 가산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보다 위험가산 금리가 높은 점은 이해 할 수 없는 점이다. 우리시장과 외환정책이 무엇인가 잘못 됐다는 것이다.
최근 환율 불안은 이런 정책적 잘못에 지난해 과도하게 환헤지를 한 데서 출발한다. 정부는 국내 과잉 유동성을 해소한다며 해외펀드 투자를 권유했고, 금융기관들은 환헤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해외펀드에 100% 환헤지를 했다.
모두들 환율이 8백 원 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에 조선회사를 비롯한 수출업체들은 모두를 달러를 미리 팔아놓기에 바빴다. 달러를 팔아서 재미를 본 일부 기업들은 투기적으로 환매도에 나서 키코 사태가 초래됐다. 신용경색에 따른 세계적인 달러 유동성 부족 사태도 한 몫 했다.
이런 펀더멘털 속에서 외환당국의 섣부른 대처는 투기적인 외환거래를 부추겼고, 결국 환율상승을 제어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시장은 사자와 팔자가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가격이 결정돼야 하는데, 팔자는 없고 사자는 많아지면서 시장실패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시장실패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뒷짐을 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태도가 위기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에 보유 달러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한국은행이 보유 달러를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달러를 내놓겠는가.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하루에 1달러당 30원 이상을 버는데 달러를 내놓는 자는 없을 것이다.
지난 7월 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환율안정을 위한 공조를 발표하고도 한은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에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이 엄청 화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달러가 없다고 하던 대기업들이 지난주 목요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잇따라 달러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은 시장이 얼마나 냉혹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기업들에게 국가이익을 위해 달러를 내놓으라면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기업들은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움직인다. 이런 시장의 냉혹함을 인식하고 우리 외환당국은 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말 보다는 행동으로 시장조성에 나서야 한다.
수요가 쏠리면 달러를 풀고, 공급이 너무 많으면 달러를 사들이는 것이다. 환율상승의 최대 수혜자는 외환당국이라는 얘기도 있다. 환율이 하락할 때 싸게 사들인 달러를 환율이 높은 지금 팔면 엄청난 이익 아닌가.
최종 대부자로서, 외환위기에 대비한 최후의 대부로서 한국은행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들이 모두 쓰러진 후에 대책을 세우면 무슨 소용인가.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려면 외환당국은 필요 없다.거래량이 얼마 안 돼 매우 얕은 우리 외환시장에서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원활한 기업 활동을 보조하는 외환당국의 성숙한 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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