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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하천정비

일본 물관리 정책 취재기 3편

해외 주요 도시에서 앞다퉈 진행하는 주요 물 관리 정책 가운데 하나는 도심의 실개천을 되살리는 일입니다. 이번에 제가 방문한 오사카와 후쿠오카시도 수변공간을 비교적 잘 정비한 지역에 속합니다. 오사카는 하수처리장의 물을 재활용해 주택가에 실개천이 흐르도록 했으며, 후쿠오카시는 지하수를 이용해 도로 주변에 실개천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도시의 물 관리 정책 가운데 실개천 조성은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하천과 지하수, 하수를 이용하는 전반적인 물 관리 정책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은 중요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가 급격히 거대해지면서 성장 위주의 도시정책을 펼치다보면, 물 관리 정책은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그동안 서울시의 주요 정책 가운데 물 관리 정책은 뒷전에 밀려 있던 게 사실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오사카는 주변에 호수가 많아 예로부터 물이 풍부한 도시였습니다. 물이 풍부한 도시였던 오사카의 경우도 일찌기 '치수' 정책을 펼쳐왔는데요. 바다에 인접해 있는 오사카는 에도 시대에 이미 인공 하천을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1615년에 조성된 '도톤보리' 천이 대표적인 예입니다.연안으로 흘러가는 물이 막혀 더럽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한 인공하천 조성 공사는 에도시대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도톤보리에서 보리는 도로에 굴(堀)을 팠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사카에는 '보리'나 '호리'라는 이름의 지명과 하천이 많은데요. 이런 이름을 붙인 하천은 1585년부터 1698년까지 무려 11개나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은 이미 4백년 전부터 물을 다스리고 이용하는 치수, 이수정책을 펼쳐왔던 겁니다.

오사카의 도톤보리 천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정비됐습니다. 80년대 이후에도 도톤보리 천은 수질정화와 환경정비를 목적으로 재정비됐습니다. 더러워진 하천을 정비하고 시민들에게 친수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도톤보리 천에 산책로가 조성되고 다양한 수변공간을 만들어졌습니다. 하천변에 산책로를 조성한 이유는 시민들이 보다 쉽게 물에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특히 올해는 도시 슬로건을 '물의 본향'으로 정하고 하천과 실개천 등을 정비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얼핏보면 우리나라 청계천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도톤보리천과 청계천은 크게 다릅니다. 우선 도톤보리 천에는 차로가 없고 대신 보행자용 보도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는 배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수로가 설계돼 있다는 점인데, 아래 사진은 도톤보리천의 수문이 열리는 장면을 촬영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청계천은 불과 몇년사이 순식간에 인공하천이 조성됐지만, 도톤보리는 수백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조금씩 변화를 겪어 왔다는 점입니다. 시장이 바뀌더라도 기본 원칙과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하천을 정비했기 때문에 시민들의 반발이나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해올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나라 서울의 경우 3년 전 도심 한복판의 청계천을 복구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시사주간지인 타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환경영웅으로 선정할 정도로, 청계천 복구 사업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청계천으로 대통령이 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청계천 복구 사업은 이명박 전임 시장의 치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물 관리에 대한 관심은 다음 오세훈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올해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물 관리국을 신설했습니다. 갈수기에는 건천으로 변하는 도심 하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물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오 시장의 의지를 실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하천 정비 계획은 대부분 하천을 인공하천으로 복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여름을 제외하고는 물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하천은 대부분 건천입니다. 마른 하천에 물을 흐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공적으로 물을 흐르게 하는 방법외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청계천과 유사한 방식으로 복원하는 방식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입니다.

청계천의 경우에는 한강에서 하루 12만톤의 물을 끌어 올려 인공적으로 흐르게 합니다.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장점이 있는 반면, 부영영화의 문제점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청계천 바닥은 돌로 돼 있습니다. 따라서 물이 항상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데다 물에 섞인 인과 질소가 이끼를 만들어 하천 부영영화가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최근 서울시는 청계천의 동,식물종이 3년전보다 5배 가량 늘어났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계천 상류 지역의 동,식물은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하류에서 중랑천과 만나는 지역에서 동,식물종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생태계가 복원된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요? 물이 부족한 도시에서 오로지 환경을 위해서 건천을 자연 상태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요? 아니면 청계천과 비슷한 방식으로 한강 물을 끌어올려 물을 흐르게 하는 인공하천이 해답일까요?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사실 정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일본을 방문하게 됐는데요. 도시의 친수공간 조성 사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사카에서는 주택가에 인공 실개천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수처리장에서 고도처리된 물을 실개천에 흘려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후쿠오카의 경우에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실개천을 도로변에 조성해 차량 운전자와 도보의 시민 모두 실개천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후쿠오카는 물이 부족한 도시로 분류되며, 오사카는 비교적 물이 풍부한 도시로 분류되는 차이점이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일본에서도 지역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친수공간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편집자주] 14년차의 경력에도 왕성한 취재력을 과시하는 유희준 기자는 현재 사회1부 소속으로 서울 시청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굵직한 특종과 호소력 짙은 시사다큐로 2002년 한국방송대상과 2003, 2005년 한국기자상을 두번이나 수상하며 SBS 탐사보도의 위상을 높인 베테랑 방송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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