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구제금융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월 30일,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지만, 우리나라는 충격이 덜한 편이라며 "정부의 선제대응이 주효했다"고 자평했습니다. 이날 SBS 뉴스는 우리의 증권시장이 미국발 악재에 대한 내성을 되찾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SBS 뉴스가 꼭 같이 금융위기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을 드러낸 하루였습니다.
9월 30일 SBS 8시뉴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미국의 구제금융이 의회에서 부결됐지만 우리 주가는 정부의 선제대응으로 곧 안정세로 돌아섰다면서 선제대응에 대해 '100억 달러를 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100억 달러를 푸는 것과 주가의 안정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게다가 같은 날 한국의 금융시장 동향에 대해 SBS 뉴스는 원 달러 환율은 결국 1,200원 선을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 2003년 5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7일 동안 67원이나 오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정부의 이른바 '선제대응'이 외환시장 안정에 별 효과가 없었다는 말입니다. 외환시장에 비해 이날 주식시장은 비교적 안정을 보였지만, 이것은 100억 달러를 풀었기 때문이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공매도 금지조치와 기관투자자들의 1,440억 원 순매수에 힘입은 것이었습니다. 이날 8시뉴스를 마감하면서 앵커는 9월 위기설을 둘러싸고 그동안 논란이 적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위기설이 전혀 엉뚱한 예상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지난 9월에도,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9월 위기설이 맞느냐, 아니냐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SBS 뉴스는 지난 9월 24일 재벌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하던 직원이 2백억 원을 조직폭력배를 통해 굴려보려다 돈을 떼이게 되자 다른 조직폭력배를 시켜 살인을 하려 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는 사건의 주요 대목이 거의 설명되지 않은 미완성 뉴스였습니다. 뉴스는 직원을 통해 관리한 개인재산 수백억 원의 성격에 대해 상속받은 것이라는 해당 기업 쪽의 설명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돈을 떼이게 되었다고 하여 살인청부로까지 치닫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이날 뉴스는 관련자들의 실명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 거액 개인재산 소유자는 막연히 '재벌회장'으로, 재산을 관리하다 사고를 친 직원은 '모 대기업 재무팀장'으로 표현함으로써 오리무중인 사건을 더욱 애매하게 만들었습니다. 뉴스는 닷새가 지난 29일에야 짤막한 기사를 통해 'CJ 그룹 이회장의 개인자금을 둘러싼 살인청부 사건'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 사건을 살인청부 사건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반면에 경쟁사 뉴스는 처음부터 문제의 재산 소유자의 실명을 밝혔고, 거액의 개인재산 관리자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검찰이 살인청부 사건으로 표기해도 뉴스의 초점은 재벌회장의 수백억 원대 개인자금의 조성과 관리과정이 합법적인가를 규명하는데 맞춰져야 합니다. 개인재산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은 기본입니다. 시청자들은 조직폭력 세계의 배신과 보복보다 재벌회장의 개인자금 조성과정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그릇이나 부엌용품을 만드는데 쓰이는 독성 유기화합물인 멜라민. 중국의 낙농업자들이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해 원 우유에 물을 부어 양을 늘린 뒤 단백질 함유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질소 수치를 높여주는 멜라민을 넣었습니다. 멜라민이 첨가된 분유를 먹은 어린이들이 신장결석을 앓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중국에서 잇달아 일어나 우리사회까지도 공포에 빠졌습니다. 중국 분유를 원료로 사용한 과자와 양어장 사료, 커피크림, 이유식 첨가제 등 우리사회, 특히 어린이들의 식생활 구석구석까지 멜라민의 검은 그림자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언론은 이와 같은 멜라민 파동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공포가 뉴스에 고스라니 반영되고, 뉴스가 거꾸로 사회적 공포를 증폭시킵니다. 이제 뉴스가 멜라민에 대한 우리사회의 공포반응이 적정수준인가를 점검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9월 27일 SBS 뉴스가 지나친 불안감을 막기 위해서라도 멜라민의 유해성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적절했습니다. 멜라민을 매일 평생 동안 섭취해도 인체에 해롭지 않은 양을 유럽연합은 0.5mg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이번에 137ppm이라는 많은 양의 멜라민이 나온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는 체중 20kg의 어린이가 하루 13개를 장기간 먹을 경우, 그리고 커피크림은 1회용 커피믹스를 하루 4,000잔 이상 마시면 유해하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뉴스는 분석했습니다. 뉴스는 작은 양의 멜라민은 대부분 소변을 통해 24시간 이내에 배설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문가의 말도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라민에 대한 늑장대응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은 보건당국이 이제 와서는 오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9월 28일과 29일 SBS 뉴스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우유성분 포함 식품과 중국산 콩 단백질이 들어간 제품에다 사료로 인한 멜라민 오염이 의심되는 국산 육류와 그 가공품까지 검사대상을 전 방위로 확대했습니다.
정부가 식품 검사를 철저히 하겠다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과자 일부를 검사하는데도 열흘이 걸린다던 보건당국이 무슨 힘으로 모든 식품을 검사하겠다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습니다. 뉴스는 정부에 대해 내실이 없는 전 방위 검사가 소비자들의 공포심만 키우게 된다는 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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