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뤼크 고다르의 뮤즈'로 불리는 프랑스 배우 안나 카리나(68)가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한국을 찾았다.
카리나는 3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아름다운 곳이고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부산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게 돼 큰 영광입니다. 아직 후보 작품들을 다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엇이 좋은 작품인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가장 좋은 작품을 골라보겠습니다."
덴마크 출신인 카리나는 18세 때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배우 활동을 시작했으며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 '알파빌', '국외자들' 등에서 주목할 만한 연기를 선보였고 1961년 '여자는 여자다'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그는 고다르뿐 아니라 자크 리베트, 조지 쿠커, 루키노 비스콘티,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등 거장들과도 작업해 '누벨바그의 여신'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특히 고다르 감독에게 감사를 표시하면서 누벨바그의 인기가 지속되는 것은 현대적 감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다르 감독님께는 지금도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누벨바그의 여신으로 불리는 건 과분하지만 기분 좋은 호칭이죠. 길거리에서 만나는 젊은 친구들이 아직도 누벨바그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오래 전 영화들이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들이니까요. 그런 영화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영광입니다."
1973년 '리빙 투게더'를 연출한 뒤 현재는 감독과 제작자로도 활동 중인 카리나는 자신이 찍은 '빅토리아'를 들고 왔다면서 관객의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에 제가 찍은 캐나다 퀘벡에서 찍은 로드무비를 들고 왔습니다. 캐나다에서 필립 카트린이라는 캐나다 가수와 함께 콘서트 투어를 하던 중 프로듀서를 만나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저예산으로 19일 동안 찍었지만 우리 예산으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미라 네어의 '몬순 웨딩' 등을 제작한 독일 제작자 카를 바움가르트너(57)는 "아시아 영화와 인연이 대단히 깊다"며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제 생각에 영화란 복잡한 것입니다. 다른 심사위원들과 영화 속의 모든 부분에 대해 토론을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가장 감동시키고 와 닿았던 영화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인 인도의 산토시 시반 감독 역시 "심사위원들이 감동을 가장 많이 받은 영화가 수상작이 될 것"이라고 같은 의견을 밝혔다.
'반금련', '이어도' 등으로 '김기영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린 배우 이화시(47)는 "이 영화의 바다에서 역량있는 신인들이 헤엄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는 영화의 완성도를 먼저 봅니다. 그리고 감독의 연출력과 연기력을 보게 되겠죠. 탁월한 점들을 최종적으로 생각해서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한동안 쉬다가 최근 활동을 재개한 이화시는 올해 10주기를 맞은 김기영 감독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시했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김 감독님 덕분입니다. 저는 1970~1980년대에 활동했는데 그때에 비해 지금 훨씬 많은 젊은 인재들이 영화계에서 일하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한국영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좋은 감독과 배우들이 있어야 하겠죠." (이화시)
심사위원들은 공동제작 등을 통해 할리우드를 비롯한 서양 영화계가 아시아 영화에 대해 갖는 관심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저는 '테러리스트'와 '비포 더 레인'을 찍어서 할리우드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영화의 제작에 관여하게 되면 할리우드 영화에 동양의 정서가 들어가고 서양 관객에게 노출될 기회가 점점 늘 수 있습니다." (시반)
"아시아 영화는 지난 15년간 크게 발전해 왔습니다. 천카이거, 허우샤오셴, 에드워드 양, 박찬욱, 김기덕 등 중국과 한국은 물론 최근 인도 영화도 인기를 끄는 등 새로운 물결(Waves)이 꾸준히 생겨났죠. 유럽에서 아시아 영화가 지속적으로 상영되고 있고 동서양 공동제작도 많습니다. 양쪽이 점점 밀접해진다는 점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겁니다." (바움가르트너)
한편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던 이란의 사미라 마흐말바프 감독이 파리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던 중 호흡곤란을 일으켜 입원, 방한이 취소됐다.
심사위원들은 부산영화제의 유일한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에서 아시아 신인감독들의 작품 가운데 2편을 골라 각각 상금 3만달러의 상을 수여하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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