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하반기에 3%대로 추락한 뒤 옆으로 횡보하는 침체 상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이 세계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면서 우리의 성장 동력인 수출에 타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물가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 내년경제 올해보다 나빠진다
30일 국내 예측기관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4% 중반에 이를 가능성은 있지만 하반기에는 3%대 중후반에 머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문제는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욱 나빠진다는데 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이 4.6%에 이르고 내년 하반기에는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었으나 최근 미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나빠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경기전망치를 손질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대 초중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도 성장률이 연간 4% 안팎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망치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에 감세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면 4%대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경기회복 시점 알 수 없다"
더욱 문제는 내년안으로 경기가 회복을 시작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경기가 내려간 상태에서 옆으로 횡보하는 `L자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미국의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고 유가도 현 수준에서 등락하는 것을 전제로 내년에는 상반기가 경기 저점이 되고 그 이후로 회복국면이 될 것 같다"며 "다만 금융불안이 실물 쪽으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신흥시장, 원자재 부국 등으로의 수출이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변수"라고 설명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도 "내년에 경기회복이 시작될지 불투명하다"며 "경기촉진을 위해 감세를 차질없이 해야 하고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실장은 "세계 경제는 내년 하반기, 국내 경제는 내년 상반기가 저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관건은 저점이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회복세로 갈지 여부"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경기회복 시점을 좀 더 늦게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의 오문석 상무는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가 내년 하반기에 저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설사 경기가 저점을 지나더라도 쉽게 반등하기는 어렵고 회복 국면은 상당히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물가안정 장담 못해
물가도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당국은 글로벌 신용경색과 국제수지 악화 등에 따른 환율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무한정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스와프 시장 개입을 통한 달러공급 등에 대해서는 중앙은행도 정부와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무한정 달러를 공급할 수는 없으며 시중은행들이 달러 조달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국제유가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원·달러 환율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원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고유가 영향이 미치면서 개인 서비스 요금과 기타 공업제품 가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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