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멜라민 분유 사태'는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게 중국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 당국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자평하고 있는 베이징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불과 한달도 지나지 않아 불거진 '멜라민 파동'은 중국의 대외신인도를 급격히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겉과 속, 명분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중국사회 내부의 모순을 드러낸 측면이 없지 않다.
일각에선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주도로 개혁개방의 길로 접어든 이후 30년간 '초고속 성장'의 외길을 걸어온 중국이 이번 '멜라민 분유 파동'을 계기로 고속성장을 계속할지, 아니면 발전의 동력이 한풀 꺾일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 고비를 맞은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개혁개방 30년동안 1989년 6월4일 발생한 텐안먼(天安門) 사태와 올해 들어 연쇄적으로 발생한 티베트사태 및 쓰촨(四川) 대지진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만한 위기 상황을 겪지 않고 고속질주를 거듭해왔다.
중국 문제를 전공하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멜라민 파동'을 중국 기업들이 단순히 인체에 해로운 불량식품을 만들어 대내외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는 좁은 의미로 봐선 안된다"면서 "중국사회의 부실이 총체적으로 표면화된 사건으로 넓혀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멜라민 파동'을 티베트 사태나 쓰촨 대지진보다도 사회적인 파장이 더 큰 사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티베트 사태나 쓰촨 대지진은 따지고 보면 13억의 인구와 한반도 44배의 면적을 가진 중국의 특정지역에서 발생한 사안이지만 이번 '멜라민 사태'는 중국 전역의 모든 중국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멜라민 파동'은 사회불안을 일으키고 나아가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화약고'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고위 정책책임자를 문책하고 당·정 간부들의 기강해이 문제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번 사태의 파장이 리더십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은 지난 19일 당·정 간부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당교 토론회에서 "인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고위간부들의 의식이 마비됐다"고 질타한 바 있다.
원 총리도 20일 주요 당정지도자 회의에서 "행정문책 제도를 강화해 문제가 발생하면 끝까지 책임소재를 가려 간부들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과 원 총리가 '당정 고위간부들의 직무상 과실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직후인 22일 장관급인 리창장(李長江)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질검총국) 국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실직문책'(失職問責·직무상 과실이 있으면 책임을 진다)의 '행정책임제' 카드로 이번 파문의 책임자를 신속하게 경질함으로써 민심을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멜라민 파동'이 행정 책임자들의 경질만으로 가라앉을 사안이 아니라는데 중국 지도부의 고민이 있다.
실제로 중국의 인민들 사이에선 이번 파문이 장기화하면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深천<土+川) 등 상대적으로 생활수준이 나은 도시지역 인민들은 그나마 중국산 분유 대신 외제 분유를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지만 생계를 꾸려나가기 바쁜 농촌지역 인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중국산 분유를 먹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부 외신들은 '멜라민 분유' 파동의 와중에서도 중국 고위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식품이 만들어지고 있어 평범한 인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보도까지 하고 있다.
자칫하다가 이번 '멜라민 파동'이 계층간의 갈등, 나아가 지도부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확대될 소지가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이 '개방개방 30년'을 맞아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세계의 강대국'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해에 공교롭게 쓰촨대지진(天災), '멜라민 분유 파동'(人災), 티베트 사태 등 '3대 악재'가 터져나온 점도 '후원체제'(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로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2003년 막을 올린 '후원체제'가 출범 6년째를 맞아 '베이징올림픽 개최'라는 영광과 함께 시련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사안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는 향후 이번 사건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한편 식품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강도높은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후 주석과 원 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중국 지도부가 이번 멜라민 파동을 원만하게 수습한다면 '후원체제'의 리더십은 오히려 현재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후 주석과 원 총리는 개혁개방 30년을 맞아 중국사회를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발전'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전화위복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도 있다.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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