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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 반장] "싸움이냐 실리냐, 검색어 2위로다!"

정치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정치와 관련해 '2중대'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2중대'라는게 군대용어이겠습니다, 말 그대로 본진인 '1중대'의 다음 중대로 '1중대'가 하라는대로 하는 중대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2중대'의 어원을 찾아봤더니,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이 집권한 뒤 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을 창당하고, 정치활동금지법을 만들어 김영삼 씨와 김대중 씨 같은 유력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리고는 관재 야당으로 평가받는 민주한국당(민한당)과 국민당 등을 만들어 11대 총선을 실시했습니다. 이 때 국민들이 민정당을 1중대, 민한당을 2중대, 국민당을 3중대라고 불렀고, 그 때부터 2중대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회자됐습니다.

최근 민주당을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 '한나라당 2중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개그 프로그램의 '같기도' 같은 애매모호한 당의 노선을 두고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자조적으로 내뱉은 말입니다. 특히, 지난 25일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오찬회동 이후, 민주당이 '2중대'가 되는게 아니냐라는 말이 또 나오기도 했습니다.

2중대와 관련해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오늘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포털 정치인 인기 검색어 2위 '정세균',  당내 강경파들은 '한나라당 2중대' 비판

25일 여야 영수회담 결과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동반자로 대하기로 함에 따라 국정동반자로서 민주당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입니다. 또 주요 현안이 발생할 경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수시로 회동하기로 한 것도 성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에 있어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이끌어낸 점과 중소기업 자금난 지원, 대학 등록금 지원, 고등학교 무상 의무교육 조기 추진 협력 등 민주당이 요구해온 사항들에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성과로 꼽힙니다. 정세균 대표 개인으로도,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입지를 다진 기회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내 일부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영수회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과 종부세 완화, 언론장악 등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표적수사로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는게 골자입니다. 특히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내용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강경파 의원 가운데 한사람인 최문순 의원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렇게 비난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 만남은 잘못됐다. 경제살리기와 남북문제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지만, 언제 민주당이 이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제동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지금도 2중대 소리를 듣는데 뭘 더 협력한다는 말인가? 초당적 협력이란 야당의 견제역할을 제대로 한 뒤에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역시 강경파인 이종걸 의원은, "10월 6일부터 시작될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 의원들이 정부에 각을 세워야할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의원들의 힘을 빼버렸다.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 상황이어서, 민주당 내에서 영수회담과 관련해 당장 큰 논란이 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강경파 의원들의 비판이 정세균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당내 역학구도와 관련해 지켜봐야할 대목임은 분명합니다.

이번 영수회담을 둘러싼 민주당내 논란은 노선 대립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정세균 대표의 대권행보와 직접적으로 연관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내 유력한 잠재적 대권주자인 정 대표는 그동안 야당 대표로서 '새로운 리더십'을 부각시켜왔습니다. 측근들의 말을 빌리자면, 무조건 정부에 반대하며 발목만 잡는 야당 대표가 아니라, 경제와 외교, 통일 등 국가적 의제에 대해서는 국익 차원에서 협력함으로써 당파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합리적인 야당 지도자로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26일 광주에서 열렸던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이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에 옛날식 강경일변도의 야당보다는 싸울 것은 싸우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대안을 갖춘 야당이 돼야한다."

이런 관점에서 정세균 대표는 "야당 대표답게 싸우고 돌아오라"는 당내 주문과 달리 영수회담에서 국민에게 내놓을만한 성과를 내기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쪽을 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4일, 당시 '미국발 경제위기설'로 정부를 공격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정 대표는 "근거없는 이야기다.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게다"며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대권을 향한 장기 포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정 대표의 행보가 '야당의 선명성'을 흐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내 강경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말은 '중도 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이쪽 저쪽 눈치만 보느라 노선이 불명확하다는 비난을 받고있는 민주당으로 볼 때, 선명성 약화는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상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영수회담으로 정세균 대표의 위상이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언제 추락할 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라는 점도 지켜봐야할 부분입니다.

다시말해, 영수회담의 합의사항이 얼마나 충실하게 지켜지느냐에 따라 정세균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해석해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따라 정 대표의 위상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영수회담 직후 정세균 대표에 대한 인터넷 검색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경우 정치인 검색에서 정 대표가 2위로 올라섰다고 크게 반겼습니다. 그동안 집권당 당의장과 원내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등 화려한 이력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면에서 취약했던 정세균 대표에게 25일 영수회담이 대중적 인지도 확보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정 대표의 위상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입니다. 싸움보다는 '실리와 대안'을 택한 정세균 대표에게 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이 '독(毒)'이 될까요, 아니면 '약(藥)'이 될까요? 당장은 '독'인게 길게는 '약'이 될 수도 있고, '약'처럼 보이는게 돌고돌아 '독'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우리네 인생살이와도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정치라는게 알고보면 참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편집자주] 90년대 SBS 사회부의 민완기자였던 정준형 기자는 법조팀과 경제부 등을 거쳐, 사회부 사건팀을 이끄는 시경 캡을 역임한 뒤 지금은 정치부 야당팀의 현장반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때론 거칠면서도 정이 듬뿍 넘치는 인간미가 담긴 뜨끈뜨끈한 기사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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