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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를 바라보다 - 자유로운 세계

자유로운 세계 (감독: 켄 로치, 주연: 커스틴 웨어링, 줄리엣 엘리스, 15세 관람가)

민감한 정치적 문제나 비판할 사안에 대한 발언으로서 영화를 만들때 켄 로치 감독은 그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생경한 구호를 목이 터져라 반복해서 외쳐 보는 사람이나 외치는 사람 모두 피곤하게 하는게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그럴 듯한 개연성을 확보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켄 로치 감독이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뤘습니다. 영국에서도 돈을 벌기 위해 중동, 동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이주노동자들이 사회적 약자로 저임금에 시달리며 각종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를 전문으로 다루는 직업소개소의 유능한 사원인 앤지(커스틴 웨어링)는 직장상사의 성희롱에 대들었다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해고됩니다. 한창 예민할 나이의 아들 제이미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손에 맡긴 채 생계를 해결해야하는 싱글맘인 앤지는 친구와 함께 독자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알선 사업을 시작합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 고민거리가 등장했으니 그것은 바로 고용주들이 정식으로 노동허가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를 꺼려한다는 사실입니다. 불법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줘야할뿐 아니라 각종 복지혜택까지 줘야하는데다 말 안듣고 게으르기까지 하다는 이유에서죠. 앤지는 약간 위험하기는 하지만 유통마진이 훨씬 높은 불법 노동자 알선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정식으로 사무실을 낼 비용을 마련할 때까지라는 단서를 붙여 친구를 설득하지만 돈에 대한 욕심이 그렇게 쉽게 제어되지는 않는터라 잠재적인 위험이 점점 커져갑니다.

감독은 피해자인 이주노동자 대신 고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들의 착취 논리가 구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용자들은 노동자들이 적은 임금을 받길 원하고, 결국 임금을 적게 주려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나 착취 논리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도 사람다운 면이 있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다. 여주인공 앤지도 영화에서 그들을 착취하다가도 집으로 불러 따뜻한 빵과 수프를 대접한다. 고용주의 이런 면까지 모두 보여주면서 착취 논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든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씨네 21> 671호)

애비없는 자식이라고 친구들 사이에 왕따당하는 아들에게 보란 듯이 소형 오토바이를 사주는 기쁨도 그 시스템을 돌아가게 하는 연료인 탐욕이라는 에너지를 계속 공급시키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사업 초창기, 정치적 탄압을 피해 영국에 숨어들어와 난방도 안되는 허름한 창고에서 지내는 이란인 가족들을 집에 대려다 따뜻한 수프를 제공하던 앤지가 나중에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트레일러 주택단지에 빈 자리를 만들기 위해 즉,  사업 진행의 방해물이라고 판단이 선 뒤 시도하는 행위는 경악할 만한 수준입니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앤지가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하는 대화에 오롯이 들어있습니다. 여자 홀몸으로 험한 바닥에서 X빠지게 열심히 사업을 일구며 이주노동자들에게 최소한 기회를 주는 일을 한다는 앤지의 말에 아버지는 "그들 나라는 어떻고? 교사, 간호사, 의사같은 사람들이 바다 건너와 저임금에 허드렛일이나 하고 있잖니. 그런 일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말하지만 앤지는 "최소한 소비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죠. 수퍼마켓에 가보세요. 확실히 도움이 된다니까요.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세요."합니다.

접근하기 쉬운 이주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했더라면 이런 입체적인 재구성은 어려웠겠지요. 그들이 왜, 어떻게 건너왔고 어떤 피해를 당했고 하는 등 카메라만 들이대면 되는 관찰할 수 있는, 관찰하기 쉬운 부분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이 켄 로치 감독을 좌파의 거장 감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각자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결정하는 나름대로의 '합리적 선택'의 총합이 사회를 점점 어둡게 만들어간다는 성찰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대세인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완전하기 때문에 모두 따라해야 한다는 신화가 조금씩 일그러져가는 요즘 이런 이슈가 이념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기본권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강력하게 호소하는 이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전국에서 딱 하나! 단관개봉으로 종로구 정독도서관 근처 아트선재센터에서 상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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