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팍팍한 경기 탓에 올해 추석은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요. 이런 중에도 새터민들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새터민들의 따뜻한 추석을 최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작은 강당이 잔칫집 부엌으로 바뀌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평소에 도움만 받아오던 새터민들이 독거노인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입니다.
2년 전 한국 땅을 밟은 39살 최영순 씨는 남쪽 식으로 조그맣게 빚는 송편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최영순/새터민 : 집집마다 조금씩 틀리긴 하지만 해도 이렇게 작게 하는 것은 없어요.]
예전엔 알기 힘들었던 남을 돕는 기쁨도 느꼈습니다.
[굶어가지고 누워있는 애들 많잖아요. 그래도 내가 살기 힘드니까 피해버리는거에요. 그런데 여기오니까 그런게 생각나니까 왜 흔한데서 봉사를 못했나. ]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들고 노인들을 찾아뵙는 시간.
폐지를 모아 생계를 꾸리는 75살 김영희 할머니는 딸이 온 듯 반가워합니다.
자녀 없이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에게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오늘(9일)만큼은 다른 집 명절이 부럽지 않습니다.
[김영희/서울 신정동 : 참말로 잘해가지고 오시고 이렇게 참말로 자식들이 이렇게 해줘야지. 자식들이 있어도 안오지.]
어느새 가까워진 두 사람.
남한으로 오기까지 함께 고생한 어머니 생각에 영순 씨의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최영순/새터민 : 맛있는 음식상 차려진 거 볼때 그때가 제일 그래요. 가슴이 아파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할머니가 모아놓은 폐지를 알뜰히 정리해 봅니다.
명절을 함께 보낸 혈육처럼, 보내는 할머니의 손도 떨어지질 않습니다.
[딸이라 생각하고, 저는 엄마라 생각하고 자주 올게요.]
[밥이라도 먹고 가면 좋을텐데.]
두 사람에게 오늘은 며칠 이른 추석이었습니다.
[최영순/새터민 : 어르신들 이렇게 같이 할 때는 어딘가 모르게 고향에 갔다온 그런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