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뉴스비평] '정부-불교계 갈등' 관련 뉴스에 대하여

우리나라 헌법 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와 종교가 헌법이 보장한 '분리'를 이루지 못한 사례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지난 1980년 신군부가 조계종 총무원과 전국 주요 사찰에 계엄군을 투입해 스님들을 강제로 연행한 '10.27 법란'이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최근에 불거진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의 긴장관계도 이런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7월 30일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의 승용차를 조계사 정문에서 검문한 사태로 불거진 권력과 불교의 갈등은 한 달 만인 지난 27일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 불교도대회'라는 이름의 대규모 집회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SBS 뉴스는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SBS 뉴스가 보도한 사태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7월 30일 스님과 신도 2백여 명이 경찰청 앞에서 총무원장 승용차의 검문에 항의하며, '종교 갈등'을 부추기는 경찰청장은 물러나라고 외쳤습니다. 이날 뉴스는 정부가 종교적으로 편향되었다고 불만인 불교계에 이번 사건까지 겹쳐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8월 4일 불교계 산하 단체 대표자 90여 명은 정부의 ‘종교편향’을 성토하고 대통령의 사과,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 종교차별 금지 제도화 등을 요구했습니다.

8월 25일 불교계가 대규모 시국 법회를 준비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달래기'에 나서 수석비서관들에게 종교적 활동으로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불교계의 반발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다음 날인 26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불심 달래기'에 나서 교원들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종교 중립 교육을 시행하고 종교차별을 할 경우 징계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다음 날인 27일 불교계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였습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대통령 사과,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불심의 향방이 회복세를 보이던 대통령 국정 지지도나 여야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SBS 뉴스가 전달한 내용의 전부입니다.

SBS 뉴스는 이 대통령과 불교계 사이에 전개되고 있는 갈등의 양상만을 쫓아다닌 셈입니다. 뉴스가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 보도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한 불교계의 불만이 대규모 시위로 폭발했다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SBS 뉴스는 많은 궁금증을 풀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정부의 종교편향도 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을 가지고 불교계가 종교편향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SBS 뉴스는 보도하지 않았지만, 범 불교도대회 주최 측은 이명박 정부 공직자들의 종교차별 사례가 지난 2월 22일부터 8월 22일까지 6개월 간 26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이 순복음교회 50주년, 조찬기도회 등은 동영상으로 축하하거나 직접 참석하면서 ‘부처님 오신 날’에는 축전도 보내지 않았다는 것, 국토해양부 '알고가' 교통정보에 교회 성당만 표시하고 사찰은 전부 누락시킨 것, 국토해양부 경관법, 경관계획수립지침의 대상에 향교와 지방문화재까지 포함되었으나 전통사찰은 누락된 것,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지리정보서비스, 학교현황 서비스에 조계사는 물론 봉은사 등 전통 사찰과 대형 사찰들의 정보가 누락된 반면 교회는 명칭과 함께 교회라고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아이콘까지 상세히 표시한 것 등을 날짜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SBS 뉴스는 종교편향에 대한 불교계의 불만이 있고, 공직자의 종교적 활동이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만 보도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을 두고 종교편향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도하지는 않았습니다.

SBS 뉴스는 불심의 향방이 대통령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런 문제는 뉴스가 추적취재나 여론조사를 통해 보도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일주일 전인 19-20일에 비해 6%포인트가 떨어진 29%로 나왔다는 한 여론조사도 있습니다. 지난 25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정 종교에 대한 어 청장의 편향적인 자세를 거론하며, 그에 대한 책임 있는 조처를 요구한 사실도 SBS 뉴스에서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집권당 대표가 어 청장의 인책을 요구한 것도 뉴스이지만, 당 대표가 공식회의에서 밝힌 요구조차 유야무야가 되어버리는 집권당의 무력한 처지도 뉴스였습니다. 뉴스는 보도하지 않았지만, 범 불교도대회 결의문은“이명박 정부에서 봇물처럼 터지는 공직자들의 종교차별 사태와 대통령의 방조는 종교차별 금지와 정교분리를 명시한 헌법을 훼손하고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심각한 국면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SBS 뉴스는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갈등에 대한 집중적인 보도와 분석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불교를 장악하려는 권력과 불교의 충돌이었던 1980년의 '법란'보다 성격이 더욱 복잡합니다. 이번 사태도 권력과 불교의 갈등이라는 모습을 띄고는 있지만, 개신교계 일부와 불교의 긴장관계가 밑바닥에 깔려 있어 종교 간의 갈등으로 악화될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의 보다 적극적이고, 심층적인 보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