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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째' 맞는 촛불집회 어디로 가나

'추가협상' 이끌어내…`불법'집회 연행자 1천200명 넘어

광복절인 15일 촛불집회가 100번째를 맞는다.

인터넷 모임을 중심으로 지난 5월 초 시작된 촛불집회는 이후 3개월간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등지에서 거의 매일같이 열리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재협상이라는 구호 아래 많은 시민들을 끌어모으며 거리 민주주의를 재연했다.

손에 촛불을 든 시민들은 미 쇠고기 수입 전면재협상을 연일 촉구했고 '재협상 불가'만을 거듭했던 정부는 촛불민심에 밀리며 미국과 추가협상으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을 수입하도록 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반면 촛불집회가 장기화되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과격시위 양상은 경찰의 과잉진압과 맞물리며 여러 불상사를 초래하기도 했다.

대부분 집회때마다 시위대와 경찰 간에 충돌이 빚어지며 양측간 부상자가 속출했고 불법·과격시위로 처벌된 사람만 현재까지 1천2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되는 상황에서 100번째 열리는 촛불집회를 계기로 향후 새로운 방향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촛불집회를 주최했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안에서도 대규모 군중집회보다는 '생활 속 촛불'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100번째 '촛불집회' 그간의 궤적 = 촛불집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시작됐다.

5월 2일 청계광장에 모인 인터넷 카페 회원들은 전면 재협상과 고시철회를 요구하며 촛불문화제를 개최했고 광장은 시민과 네티즌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하지만 3주째 이어진 촛불문화제에도 정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5월24일부터 본격적인 거리시위가 등장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도로를 점거하고 청와대 방면 행진을 시작했고 이곳 저곳에서 '고시철회, 협상무효'라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이런 가운데 5월29일 정부의 미 쇠고기 수입고시 강행은 성난 민심을 부채질했고 이날부터 1만여명을 넘어선 대규모 시위대가 거리를 메웠다.

특히 경찰은 이날 시위대에 첫 물대포를 사용하며 청와대행을 막았지만 시민 수백여명이 다치거나 연행되는 결과를 낳으면서 촛불집회는 정권퇴진운동으로까지 번졌다.

가열됐던 촛불집회는 '6.10항쟁 21주년'을 맞아 절정을 이뤘다.

국민대책회의 추산 70만명, 경찰 추산 8만여명의 시민들이 서울 세종로와 태평로 등 도심 일대를 가득 메웠고 가족과 친구, 연인끼리 손을 잡고 나온 집회 참가자들은 평화적인 행진으로 정부에 미 쇠고기 전면재협상을 촉구했다.

촛불에 답이 없던 정부도 민심을 받아들여 미국과 재협상에 버금가는 추가협상을 약속했고 종전 월령에 상관없이 수입하기로 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30개월 미만으로 낮추는 등 정책의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촛불집회를 주최한 대책회의 측은 "정부의 추가협상은 기만책"이라며 반발해 1만여명이 넘게 참가하는 시위를 연일 개최했고 이 과정에서 불법시위 엄정대응 방침을 밝힌 경찰과 충돌을 빚으며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했다.

대책회의 지도부도 경찰 수배를 피해 조계사 내 장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이후에도 대책회의 측은 연일 크고 작은 촛불집회를 개최하며 전면재협상을 촉구했지만 집회 규모는 눈에 띄게 시들해졌다.

오히려 일부 시위대의 과격성이 두드러지며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잦았고 쇠고기 정국에 피로를 느낀 집회참가자의 이탈도 두드러졌다.

대책회의도 촛불 동력을 계속 이어가기는 어렵다 보고 주말과 휴일에 집회를 집중하는 대신 미 쇠고기 불매운동을 적극 전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달 5일 부시 미 대통령 방한 반대집회 등 몇몇 집회를 제외하곤 촛불의 파고는 잠잠해진 상태다.

특히 7월 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되면서 대책회의 참여단체들이 촛불집회보다는 유통저지나 불매운동 등에 집중하면서 촛불집회는 사실상 사그라 들었다.

◇ 대규모 촛불 지양…생활속 촛불 이어질 듯 = 15일 광복절에 열리는 촛불집회는 지난 3개월간 진행된 촛불집회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대책회의는 광복절 집회 이후에도 "미국산 쇠고기 유통 저지 및 불매운동 등의 `생활 속의 촛불'을 더욱 완강하게 들겠다"고 밝혔다.

물론 거리집회를 지양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진행된 대규모 군중집회 위주의 촛불집회에서 탈피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실적으로도 '생활 속의 촛불'에 힘을 쏟을 경우 전과 같은 대규모 거리집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대책회의가 '100회 촛불집회'를 맞아 앞으로는 좀더 자유로운 상태에서 `촛불집회'를 이끌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 그동안 100회에 가까운 거리집회를 이끌어온 대책회의는 주기적으로 대규모 거리집회를 개최해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아왔다.

외부적 상황도 대규모 거리집회 형식의 촛불집회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장기간 진행된 거리집회와 시위과정에서 수백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대책회의 지도부가 조계사로 피신하고,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된 상태에서 계속 대규모 거리집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대책회의로서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 중인 현실에서 유통저지나 불매운동과 같은 '촛불'을 드는 것이 더욱 효율적 집회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규모 거리집회는 줄어든다고 해도 소규모 촛불은 계속 불길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쇠고기 문제 외에도 교육정책, 공기업 개혁 등 일련의 정부 정책들에 대한 반감이 촛불집회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들 현안은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회의측은 "100차 촛불을 끝으로 촛불이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건설, 무분별한 시장화 등 민생 파탄 정책들을 중단하지 않는 한 국민의 촛불은 계속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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