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었지만 상당수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이 휴가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거나 휴가를 아예 반납하고 있다.
이는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고유가와 미국발 신용위기 재연 등으로 국내 증시가 연일 바닥을 긁고 있는 '비상상황'을 의식한 태도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CEO들은 임직원에게 휴가를 다녀올 것을 적극 권하며 자신도 휴가일정을 잡거나 임직원과 등산을 하며 여름 휴가를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 상당수 CEO들 "휴가 아직 미정" = 연합뉴스가 20일 국내 14개 주요 증권사 CEO들의 여름휴가 계획을 파악해본 결과, 9명이 휴가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거나 휴가를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과 하나대투증권 김지완 사장,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부회장,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 교보증권 김해준 사장, 굿모닝신한증권 이동걸 사장, 유진투자증권 유창수 부회장, 현대HMC증권 제갈걸 사장 등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박 사장은 지난 6월 취임해 경영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휴가일정을 잡지 못한 상황이며, 당분간 휴가는 가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도 "최 부회장은 최근 몇 년 간 여름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올해도 특별한 휴가계획이 없으며, 주말에 가족과 함께 지내며 여름휴가를 대신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김해준 사장은 취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아 휴가계획을 잡지 못했으며 현대HMC증권 제갈걸 사장 역시 구(舊) 신흥증권 인수 후 일이 산적해 휴가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요원들도 CEO의 이런 행보와 약세장 여파 등으로 여름휴가를 대부분 올해 연말 폐장 이후로 미루거나, 하루 또는 이틀 정도 다녀오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리서치 요원들은 업무 특성상 여름보다는 겨울에 휴가를 많이 가는 데다 올해는 특히 장이 좋지 않아 여름에 며칠씩 자리를 비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여름 휴가를 대부분 연말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 "아무리 바빠도 휴가는 간다"..일부는 소신파 = 직원들의 휴가사용을 독려하며 당당히 휴가계획을 잡은 소신파 CEO들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은 8월 광복절을 전후로 약 나흘간 여름휴가를 다녀올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유 사장은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임직원에게도 여름휴가 사용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성태 사장도 8월 초 2박3일 동안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산은지주회사 출범 등에 따른 대우증권의 향후 전략 등을 구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CJ투자증권의 김홍창 사장과 SK증권 이현승 사장, 동부증권 김호중 사장 등도 8월께 휴가를 다녀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김 사장은 시장이 어렵지만 이럴 때 일수록 새로운 마음과 각오를 다지는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휴가 때 전문서적 탐독은 물론, 자통법 시행 등에 대비한 사업구상도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등산 마니아로 알려진 하나대투증권 김지완 사장은 '고객과 함께하는 전직원 불수도북 행사'로 여름 휴가를 대신하기로 했다.
다음달 1~2일 무박 2일로 서울 북부의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을 임직원과 고객이 함께 등정하는 '불수도북 행사'를 갖기로 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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