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과의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명기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명박정부 들어 훈풍이 불던 한일관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해 온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일본의 '도발'에 정부도 강경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엄중항의하고 "우리의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훼손하려는 부당한 기도이자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우리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즉각 시정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일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소원해진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가져가자면서 손을 맞잡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가운데 이번 일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일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불쾌감도 엿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석달도 되지 않고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일이 터졌다는 점에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말했다.
유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엊그제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했는데 일본이 그렇게 나간다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이라는) 명분이 약해지니 우리의 우려를 사전에 전달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일은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제정 등 과거 한일관계에서 문제가 됐던 사안이 반복된 것이 아니고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이나 해설서에는 지금까지는 러시아와 영유권 문제가 걸려있는 북방 4개 섬에 관한 기술은 있었지만 독도에 대한 기술은 한.일 양국관계를 배려해 보류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 젊은 세대의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교과서 문제라는 것도 정부의 즉각적인 강경 대응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고 유 장관은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우리 정부의 방침이 현실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난 2월 외무성 홈페이지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 우리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엄중 항의했지만 지금까지도 시정하지 않을 정도로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한 소식통은 "양국 모두가 바라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일본이 현안에 대해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일관계 전문가는 "일본 정부가 아무리 미래지향적으로 한일관계를 가져간다고 마음으로 생각한다 해도 일본도 국내 정치 등을 감안하면 독도문제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우리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면서 "독도를 둘러싼 마찰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하기는 하되 이번 일이 참여정부 후반기와 같이 한일관계가 꼬이는 출발점이 돼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많다.
이명찬 고려대 교수는 "영토문제는 역사문제와 달라 일본이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인정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며 "너무 감정적으로 날카롭게 반응해 어렵게 복원된 한일관계가 다시 어려워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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