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IQ) 430에 공중부양 및 치유능력 보유자, 결혼시 1억원 무상 지원, 유엔(UN) 본부 한국 이전….
지난해 17대 대선 당시 기이한 언행과 파격적 공약으로 일약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가 선거법 위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되며 몰락한 허경영씨.
15일 법원은 결국 허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이른바 '허경영 신드롬'을 일단락지었다.
법원은 부시 미국 대통령 초청설, 이병철 삼성 회장의 양자설, 효성그룹과의 인맥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관 역임설 등 허씨의 주장 대부분을 "근거 없다"고 밝혔다.
허무맹랑한 자기 선전, 실현 가능성 없어 보이는 황당 공약 제시 등 허씨가 그동안 보여온 행동들은 그야말로 '기행'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허씨를 '허본좌'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인터넷 스타로 만들었고 실제 작년 대선에서도 1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그를 선택했다.
'허경영 신드롬'으로까지 불린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학자들은 대체로 허씨가 위법 행위를 하고 정치를 희화화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황당 공약'까지 문제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허경영 신드롬'에 대해 "정치적 대중영합주의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유권자들은 뉴타운 개발, 대운하 건설 등 돈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자들을 점점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허씨가 얻은 10만 표도 같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요즘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뻔히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약을 통해) 국민에게 이익 추구를 부추긴다"며 "반대로 10만명의 유권자가 허씨를 선택한 것은 정치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고 언론들이 기사화하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증폭됐다"며 "허황된 주장에 대해 재미로 표를 줬든 아니든 정치가 희화화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실현 가능성 없어 보인 허씨의 공약들에 대해서는 "현실적 공약은 사실과 다를 수 밖에 없다. 누구나 자신의 공약을 제시할 수 있으며 공약의 현실성 여부는 국민이 평가하는 것"이라며 "공약을 '허황되다'고 말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도 "'나눠주겠다'는 허씨의 황당 공약이 상당수 유권자 마음을 자극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대선후보의 공약사항이 허황된 것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허경영 신드롬'을 인터넷 세대의 `엽기' `폐인' 문화와 관련지어 분석했다.
황 교수는 "허경영씨와 같은 인물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엽기' '폐인' 코드와 관련이 있다"며 "그가 대선에서 10만 표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네티즌들이 허씨를 코미디화하고 다시 영웅화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즉 과거 상당수 네티즌들이 강도 피의자로 수배 중이던 한 여성에 대해 '얼짱 강도'라고 부르며 "얼굴이 예쁘니까 용서해주자"고 주장했던 사회적 현상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허씨의 엽기적 행동들을 보며 열광하는 사람들을 '디지털 루덴스'(재미를 찾는 사람들)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이들이 허씨를 통해 본 것은 정치 현상이 아니라 바로 '흥미있는 놀이'였다"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허경영 신드롬'과 같은 사회현상은 정치현상과는 거리가 멀다"며 "한국의 정치문화와 유권자 행동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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