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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닭장…이러다 사람도 다 죽겠습니다"

장날 불구 한적한 성남 모란시장 오리.닭 판매업소

"손님이 전혀 없어요. 이러다 닭만이 아니라 사람도 다 죽겠습니다"

14일 5일장을 맞은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

북적이는 시장 입구를 지나 어렵사리 도착한 오리·닭 판매상가는 '장날'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손님이 없이 한적한 모습이었다.

시장 중앙에 일렬로 늘어선 닭집, 건강원 등은 개.흑염소.토끼 등 포유류를 제외한 닭·오리.꿩 등 조류를 모두 처분해 텅빈 닭장만 남겨둔채 명목상의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야채.청과류.잡화 등을 파는 다른 시장골목과는 달리 구경을 하며 지나다니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고 아예 문을 열지 않은 상점도 많았다.

가끔 행인들이 텅빈 닭장을 보며 "닭이 싹 없어졌네. 하긴 누가 요즘 닭을 사겠어"라며 한마디씩 던지고 지나갈 때마다 상인들은 고개를 숙이고 한숨만 내쉬었다.

빈 닭장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 사진 좀 그만 찍어요. 지겨워죽겠네"라며 제지하는 상인들의 짜증스런 표정과 말투에서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겪는 고통을 읽을 수 있었다.

모란시장에서 14년간 오리와 닭 등을 판매해온 상인 김모(49) 씨는 "가뜩이나 조류독감으로 손님이 확 줄었는데 지난번 서울에서 발병한 꿩이 모란시장에서 팔린 것이라고 발표되면서 손님이 아예 뚝 끊겼다"며 "우린 구청에서 살처분 통지를 받자마자 모두 자진해서 처분하고 방역도 철저히 하고 있는데도 전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건강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개나 흑염소, 토끼 등 다른 동물 판매도 절반 이상 줄었다"며 "정부에서 철저히 조사는 해보고 (모란시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고)발표한거냐. 만약 아니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모란시장 중심부에 일렬로 위치한 닭.오리 판매상에 발길이 끊기면서 인근에서 잡화·야채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닭·오리 상점 앞에서 야채를 파는 상인 박모(53·여) 씨는 "모란시장이 조류독감 근원지처럼 알려지면서 전체적으로 손님이 줄었다"며 "평소 절반밖에 팔리지 않아 다음 장날에는 아예 나오지 않을까 생각중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성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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