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여성의 전화번호를 묻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이슬람 국가, 사우디 아라비아.
가족의 명예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이슬람 율법의 가치가 여전히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지만 '자유연애'를 향한 젊은이들의 갈망이 때때로 이 같은 보수적 가치와 충돌을 빚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2일 보도했다.
대가족을 이루는 사우디의 남성들은 한 집안의 여성들을 보호하고 집안의 명예를 지킬 사명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여성들이 결혼 전 다른 집안의 남성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며 이를 어기는 경우 강력한 제재가 따른다.
그러나 IHT는 보수적인 리야드 출신 한 가족의 예를 들어 신.구 가치가 대립하고 있는 사우디 사회의 한 단면을 전했다.
리야드에 살고 있으며 올해로 20세가 된 에너드와 22세의 네이더는 친척 사이로, 제일 가까운 친구 사이기도 하다.
경찰관인 에너드는 적극적인 성격인 반면, 군대 연락장교인 네이더는 수동적이며 부드러운 성격이다.
두 사람은 모두 구레나룻과 염소수염을 기르고 전통 복장을 입는 데 익숙하며 남자의 보호 없이 다니는 여성에 대해 손가락질을 서슴지 않는 보통 이슬람 청년들이다.
그런 네이더가 얼마 전 에너드와 남매 사이인 사라와 약혼했다.
비록 결혼계약을 맺고 약혼한 관계지만 네이더는 이슬람 전통에 따라 결혼식을 치르기 전까지 사라를 만날 수 없다.
하지만 로맨스를 갈망하는 청년인 네이더는 에너드에게 부탁해 휴대전화를 사라에게 전했으며 남들 모르게 메시지 등을 사라와 주고받고 있다. 물론 이는 금기시된 일이다.
네이더는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며 특히 '타이타닉'이 최고"라고 말했다.
에너드의 경우 알 아티라는 처녀로부터 간접적인 구애를 받았다.
에너드에게 마음이 있던 알 아티는 에너드의 친척으로부터 청혼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으며 주위에 자신의 마음이 에너드에게 있음을 알렸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알 아티는 "사랑은 위험한 것이며 자신의 평판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연애'의 가치가 확산된다고는 하나 전통적 가치를 누르지는 못하고 있다.
에너드에게 있어 자신의 누이와 결혼하는 네이더가 전과 같은 친구 관계일 수는 없는 것도 그 같은 맥락에서다.
"이곳엔 로맨스가 없다"고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는 네이더에 대해 에너드는 "로맨스는 결혼한 다음에 하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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