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물론 버크셔가 투자한 회사를 몸소 알리는 일등공신이었다.
3일(현지시간) 버크셔 본사가 있는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는 버핏을 앞세워 버크셔가 소유하거나 투자한 회사들을 홍보하는 쇼룸이나 마찬가지였다.
버핏의 이날 첫 행사는 유명 화가 마이클 이스라엘이 버핏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버핏의 초상화는 이를 팔아 연말에 자선활동에 쓴다는 목적도 있지만 버크셔 계열의 도료업체인 벤저민 무어를 홍보하는 목적도 있었다.
초상화에 쓰인 도료가 바로 이 업체 제품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이어 보험회사 가이코와 아이스크림업체 데어리퀸 등 버크셔 계열사 30여 개가 전시관을 마련해 놓고 있는 퀘스트센터 안에서 주요 방송사들과 별도의 인터뷰를 가졌다.
버핏이 인터뷰를 하는 배경에는 계열사의 전시관과 로고가 배치돼 있었고, 이는 곧 미 전역으로 방송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버핏은 이날 주총에서 가진 주주들과의 대화에서도 찰스 멍거 부회장과 함께 예년 주총 때와 마찬가지로 버크셔가 투자한 코카콜라 등을 계속 마셔대고 계열사의 과자류 제품 등을 먹으며 제품을 홍보하는 효과도 거뒀다.
한 참석자가 77세의 나이에도 어떻게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지에 관해 묻자 버핏은 계열사인 시스 캔디를 집어 먹으면서 "균형된 섭취부터 시작한다"고 말해 주총장을 웃음바다를 만들며 또 한번 제품을 알렸다.
버핏은 버크셔의 자금력이나 자신이 물러난 이후 후계자 문제에서도 강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버핏은 한 주주의 질문에 "버크셔의 자금조달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패리스 힐튼과 함께 남미로 도망을 간다고 해도 가능할 것"이라고 비유해 참석자들의 폭소를 불러왔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상의 모든 일이 갑자기 중단되더라도 회사가 굴러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어떤 위기가 닥쳐도 견딜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버핏은 자신의 뒤를 이를 3명의 최고경영자(CEO) 후보와 4명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후보들 중 누구라도 자신보다 더 나을 수 있다면서 자신이 죽은 뒤에도 누군가 돈을 관리하는 면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죽은 뒤에 그럴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버크셔가 인수의 대상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주총 시작에 앞서 주총장에서는 멍거 부회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버핏이 선대 위원장을 맡는 내용의 만화가 상영돼 참석자들을 웃음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으나 여기서도 계열사나 투자회사 홍보가 유머러스하게 가미됐다.
멍거는 지구 온난화 대책을 묻는 질문에 모든 인류가 계열사인 데어리 퀸을 먹으면 온난화가 해결된다고 말하거나 '국민이 재정적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버크셔가 투자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없이 집을 나서면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주총 직전에는 버핏이 드라마 스타인 수전 루치와 직업을 바꿔 버크셔 회장에서 물러난다는 내용의 코믹한 방송 영상이 나오고 루치가 직접 주총장 단상에 나와 멍거 부회장 옆에 앉기도 해 버핏의 깜짝 퇴진 발표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2005년 처음 2만 명을 넘어선 주총 참석자 수는 작년에는 2만7천 명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3만1천 명으로 늘어나 퀘스트센터를 가득 메웠다.
버핏의 친구이자 버크셔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작년에 이어 주총에 참석했다.
주총장은 이날 오전 7시에 문을 열지만 버핏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입구마다 장사진을 이뤘다.
퀘스트센터의 한 입구에 늘어선 줄의 맨 앞쪽을 차지한 리치 그로스 씨는 "새벽 5시에 왔다"면서 "버핏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찍 왔다"고 말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친구 3명과 같이 왔다는 그로스 씨는 "주식투자 관련 일을 하고 있다"면서 "5년전 버크셔 주식을 산 뒤 4년째 주총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해 버핏의 열성팬임을 알려줬다.
퀘스트센터 관계자는 주총장 앞에서 밤새 기다린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오마하<美 네브래스카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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