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특검 정국에도 불구하고 1.4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휴대전화와 LCD 사업이 해외 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 LCD 패널의 판가 안정과 휴대전화 부문의 원가 절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일어나는 회사 성격 상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LCD, 휴대전화 등 수출 품목의 채산성이 급격히 호전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반도체 사업은 세계적인 메모리 시장의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며, TV 사업은 일본 소니의 저가 전략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다.
◇ LCD, 휴대전화가 실적 이끌었다 = LCD총괄이 1.4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LCD 시장에 찾아온 유례 없는 호황 덕분이다.
LCD총괄은 1.4분기 매출 4조3천400억원에 23%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영업이익은 1조100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무엇보다 1.4분기 모니터와 노트북 용 등 IT패널은 계절적 비수기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수요가 강해 패널 가격 하락세가 그렇게 심하지 않았고, TV용 패널도 일본 소니의 저가 TV 전략에도 불구하고 하락폭이 미미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19인치 모니터용 패널은 전분기 138달러에서 1.4분기 124달러로 10% 가량 하락했고 15.4인치 노트북용 패널은 107달러에서 98달러로 8% 하락했다.
TV용 패널의 경우 40인치 HD급 패널은 511달러에서 509달러로 1% 정도의 미미한 하락폭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TV용과 노트북용 패널의 수요가 견조했으며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 총괄도 삼성전자 사업 총괄 중 가장 많은 매출인 5조5천500억원에 영업이익은 9천2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좋은 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마케팅 비용의 감소에 힘입어 16%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정보통신 총괄이 1.4분기 혹독한 원가 절감 등 생산성 향상 활동을 벌인 결과로 풀이된다.
또 1.4분기 전 세계 출하대수는 4천630만대를 상회해 성수기였던 작년 4.4분기 수준을 유지했고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33% 판매량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1.4분기 유럽과 북미 등 선진시장의 수요가 약세를 보였지만 인도와 중국,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이 지속됐으며, 특히 국내에서는 3G 시장의 경쟁이 심화돼 판매가 호조를 보여 전분기 대비 4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균 판매가격은 선진 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들면서 148달러에서 141달러로 다소 하락했다.
◇ 반도체 실적 저조.. "프리미엄 제품으로 견뎌라" =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의 실적은 메모리 가격의 판가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예상대로 저조했다.
반도체 총괄은 1.4분기 매출 4조3천900억원, 영업이익 1천900억원의 실적을 올렸는데, 영업이익은 전 분기에 비해서는 55% 하락했으며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64% 내린 것이다.
반도체 총괄의 이 같은 실적은 D램의 고정거래가격의 하락세는 크지 않았지만 가격이 워낙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수익성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낸드플래시는 하락세가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 주력 제품인 DDR2 512Mb 667MHz는 1월 초 0.88달러에서 3월 말 0.91달러로 소폭 올랐지만 바닥 수준이며, 낸드플래시 8Gb 멀티레벨셀 제품은 1월 초 3.34달러에서 3월 말 2.76달러로 내려섰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모바일, 그래픽 D램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해 범용 D램에 대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줄여 왔지만 워낙 메모리 가격 하락폭이 심해 실적 악화는 불가피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계절적인 비수기로 PC 고객사의 수요가 전분기 대비 11% 가까이 감소했고 낸드플래시도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가격 하락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범용 D램 제품 중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1Gb D램의 생산 비중을 늘리는 등 프리미엄 제품 생산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Gb 제품의 68나노 공정 수율이 안정화되면서 생산이 증가하고 있어 수익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낸드의 경우에도 16Gb 등 고용량 제품의 생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소니와 TV 전쟁 승부는 = 이번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TV 사업의 성적표였다.
TV 사업을 맡은 디지털미디어(DM) 총괄은 1.4분기에 미국과 중국에서 일본 소니와 자존심을 걸고 불꽃 튀는 TV 판매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DM총괄은 1.4분기 소니와의 치열한 저가 전쟁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DM총괄의 1.4분기 매출은 1조8천300억원, 영업이익률은 1%를 기록해 3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일본 소니와 함께 출혈 경쟁을 벌여 실적이 좋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오히려 2004년 2.4분기 이후 계속된 만성 적자에서 이번에 흑자로 전환한 것.
무엇보다 환율의 영항이 컸으며, 미국 시장에서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프리미엄 제품에 승부를 본 것이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전체 평판TV 수요가 전분기 대비 28% 감소했지만 삼성전자의 TV 판매량은 전분기에 비해 15% 하락하는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북미와 중국 시장의 TV 가격 전쟁은 소니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소니는 최대 TV 시장이라는 미국에서 작년 말부터 LCD TV 제품 가격을 단계적으로 내리기 시작해 현재는 원래 가격에서 400달러 가까이 인하했다.
42인치 HD급 동종 모델을 비교했을 때 소니 TV는 작년 10월 중순 1천400달러에서 12월 말 1천300달러로 떨어졌고 2월 말에는 다시 1천150달러까지 내렸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작년 10월 중순 1천300달러에 팔았던 동급 기종을 지난 연말에는 1천달러까지 내렸다 2월말 다시 1천150달러로 소폭 올리는 식으로 소니의 가격 정책에 평행선을 달려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 LCD와 반도체, 국내 경쟁사와 승부는 = 1.4분기에는 전 세계 LCD 업계가 호황을 누렸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률 22%에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인 8천81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LCD총괄은 1.4분기 영업이익률 23%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훌쩍 넘겨 LG디스플레이를 눌렀다.
매출에서 삼성전자 LCD 총괄의 매출은 연결 기준 3조6천500억원으로 LG디스플레이의 매출 4조360억원보다 적지만 이는 회사 내부 매출을 제외한 것으로, 내부 매출을 포함하면 5조1천500억원으로 더 많다.
반도체 총괄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이 날 같이 실적을 발표한 하이닉스가 4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본 것에 비해서는 양호한 실적이다.
하이닉스는 이날 1.4분기 매출 1조6천40억원에 영업손실 4천820억원, 순손실 6천7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를 견디지 못하고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지만, 삼성전자는 그나마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범용 제품 뿐만 아니라 그래픽과 모바일용 등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범용 제품에서도 고용량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세계적인 메모리 시장 불황에서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 2.4분기 전망은 = 반도체 사업의 경우 2.4분기에도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2.4분기에도 메모리 비수기가 지속되고 글로벌 시장에 불확실성이 상존해 PC와 모바일 제품 등의 수요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 움직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D램의 경우 일본 엘피다부터 시작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메이저 업체들이 고정거래가격을 올려받으면서 최근 가격이 회복하고 있지만 D램 가격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볼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낸드플래시도 연초부터 급격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특히 제품의 성격상 미국의 경기가 계속 위축될 경우 D램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세 공정 생산의 비중을 확대하고 전략적 투자를 강화해 시장 지배력을 계속 확대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LCD 사업의 경우 전망이 매우 밝다.
2.4분기 들어서면 가을 성수기를 대비한 세트 업체들이 선 구매에 들어가면서 IT패널과 TV용 패널 모두 수요가 크게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TV용 패널의 경우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세트 업체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오히려 공급 부족 현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IT패널은 LED(발광다이오드), 와이드 패널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TV용 패널의 경우 40인치 이상 제품 판매를 늘려 대형 TV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휴대전화 사업은 2.4분기 소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 금융위기 영향이 상존하고 국내 시장 수요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는 햅틱폰 등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고화소 카메라폰 등 멀티미디어폰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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