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11)·우예슬(9)양 실종과 함께 안양경찰서에 설치된 경기경찰청 수사본부가 25일 사건 일체를 검찰로 송치하면서 해체된다.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89일, 공개수사에 착수한 날로부터는 86일 만이다.
경찰은 이 사건 피의자 정모(39)씨를 붙잡아 살인 및 약취유인 등 혐의로 구속함으로써 1차적으로는 수사본부 설치 목적을 달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씨의 진술과 실체적 진실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 자백에 의존해 펼쳐놓기만 하고 완결하지 못한 여죄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이런 의문점들은 검찰이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환각상태에서의 범행 사실일까
정 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다 살해 사실을 시인했으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인 교통사고라고 한동안 주장했다.
이후 이를 번복하고 성추행이 목적이었음을 밝힐 때까지 수사관과 그와의 심리싸움에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가 투입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현장에 투입된 한 프로파일러가 밝힌 것처럼 그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성추행이 범행의 목적이었다는 사실을 숨기려 했던 것이다.
경찰이 좀 더 사실적인 범행 동기에 관한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환각상태라는 '소도구'를 정씨에게 던져준 것은 아닐까.
그의 집에서 본드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어느 가정에나 있을 수 있는 접착제를 환각을 이끄는 물질로 연결한 것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제3의 범행장소는 없는가
경찰 수사 결과 정 씨는 집 부근 골목길에서 두 어린이를 납치해 집안에서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화장실에서 훼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실에서 발견된 예슬양의 혈흔이 이를 일부 뒷받침한다.
그러나 정 씨가 시신 유기에 이용한 렌터카의 이동 거리에서 의문이 생긴다.
경찰은 당초 정 씨가 두 어린이의 시신을 훼손해 차에 싣고 수원 호매실나들목 부근 야산으로 가 혜진양을 암매장한 다음 군자천에서 예슬양의 시신을 버렸다고 했다.
현장검증 때 이 동선은 달라진다.
먼저 혜진양 시신만 싣고 가 땅에 묻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예슬양의 시신을 싣고 군자천으로 갔다는 것이다.
범행의 직접증거인 시신을 한시라도 빨리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처리했다는 점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왜 시신 유기의 동선이 달라졌을까.
정 씨가 렌터카를 운전한 거리와 억지스럽게 짜맞추려한 것은 아닐까.
정 씨 손에 있는 동안 렌터카의 주행거리는 180㎞다.
집→호매실나들목→군자천→집의 거리를 합해야 100㎞ 남짓에 불과하다.
여기에 차를 빌려 집에까지 온 거리와 다음날 선배를 만나기 위해 군포까지 움직인 거리를 감안해도 180㎞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부족한 거리를 채우기 위해 동선을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제3의 범행장소의 존재 가능성과 연결된다.
집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서 범행하고 시신을 훼손했다면 주행거리의 의문이 풀릴 수 있다.
◇군포 여성 실종사건은
정 씨는 두 어린이 살해사건의 범행 동기를 '성추행을 위해서'라고 밝힌 직후 2004년 군포에서 실종된 40대 여성도 자신이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경찰에서 "군포시 금정동의 한 모텔로 그 여자를 불렀고 돈 문제로 다투다 목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시흥 월곶의 다리에서 바다로 던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진술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현장감이 있어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범행을 입증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몇 가지 정황증거는 있다.
그가 이 여성의 실종 시점에 금정동에서 마지막으로 이 여성과 4차례 통화했다는 휴대전화 통화기록이 확보돼 있고 이를 부정할 알리바이가 없는 데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거짓반응까지 나왔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3년 여의 세월이 흘러 직접증거라고 할 수 있는 시신을 찾기가 사실상 어렵다.
정씨의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인 셈이다.
공소유지를 위해 그의 자백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아내는 일도 검찰의 몫이 됐다.
◇안양 노래방도우미 실종도
주목해야 수사본부는 2007년 1월 6일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서 노래방도우미 김모(38.여.중국동포)씨가 실종된 시점을 전후해 정 씨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정 씨는 김 씨 실종 당시 대리운전 일을 하지 않아 PDA를 사용하지 않았고, 실종 당일을 전후한 2∼3일동안 휴대전화 통화내역이 없어 정 씨가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김 씨는 이날 오전 6시10분께 관양동 모 노래방에서 30대 남자 손님과 해장국을 먹으러 간다며 나간 뒤 실종됐고 그의 휴대전화 전원이 화성시 마도면에서 꺼졌다.
경찰은 실종자의 직업과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지점의 공통점을 들어 2006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 군포와 수원에서 발생한 부녀자 실종사건과 이 사건을 정 씨가 아닌 다른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 씨도 안양 도우미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지만 그의 말만 믿고 그대로 털어버리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많다.
(안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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