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뉴스비평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인사들에 대한 SBS 뉴스의 보도가 부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삼성떡값 대상 명단을 공개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과 거명된 인사들, 그리고 청와대의 엇갈리는 주장만을 나열하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사제단이 지난 5일 공개한 명단에는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와 이종찬 민정수석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날 SBS 뉴스는 사제단의 주장과 이에 대해 "자체조사 결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청와대의 반박을 보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지만, 사제단의 기자회견을 전후하여 어이없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사제단이 명단을 공개한 것은 5일 오후 4시였습니다. 그런데 "자체조사 결과 거론된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은 이보다 1시간 전인 오후 3시에 있었다고 합니다. 사제단이 명단을 발표한 뒤에 보도하라는 엠바고를 조건으로 달아 사전 브리핑을 했다는 것입니다. 뉴스가 사제단의 발표를 먼저 보도하고, 반박을 그 뒤에 붙였기 때문에 시청자나 독자들은 이런 정황을 알 턱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청와대의 반박이 1시간 먼저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 않습니까? 기자들은 누구를 대상으로 언제, 어떤 조사를 얼마동안 했으며, 무엇을 근거로 사실무근이라는 판단에 도달했는지를 청와대 쪽에 추궁했어야 합니다. 청와대 발표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제단 주장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을 언론이 아무 문제제기 없이 보도한 이틀 뒤인 지난 7일 케이블 방송 YTN이 방영한 '돌발영상'이 참으로 어이없는 해프닝의 제2막을 열었습니다. 로비대상 명단이 발표되기도 전에 청와대가 문제의 명단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사전 반박' 장면을 미래에 발생할 일을 예측하여 행동한다는 내용의 영화인 '마이너리티리포트'에 빗댄 '돌발영상'이었습니다. 사제단의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전에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한 청와대의 사전 브리핑을 방송이 꼬집은 것에 대해 청와대가 항의했고, 항의를 받은 방송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하는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청와대와 기자단의 상호신의를 깼다"는 이유로 이 방송 기자에 대해 3일간 기자실 출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또 하나의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사제단의 명단 공개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이 건전한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 언론은 이를 지적하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방송의 '돌방영상'은 바로 이 역할을 했던 것이고, 그것은 엠바고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뉴스는 청와대 반박의 성실성 문제와 함께 '돌발영상'으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도 보도했어야 합니다. 뉴스비평, 이번에는 노무현 정부가 임명한 산하기관장들의 임기와 처신에 대한 한나라당의 문제제기를 살펴봅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정부조직과 권력기관, 공기업과 방송사 등 각계요직에 남아 있는 김대중-노무현 추종세력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이들 국정 파탄세력은 스스로 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는 또 "지난 10년간 만들어진 좌파적 법안이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조속한 법 정비를 촉구했습니다. 다음 날인 12일부터 "이명박 정부와 이념이나 철학,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 "좌파 코드를 유지하면서 철 밥통을 지키겠다는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사람들" 등 일부 산하기관장들에 대한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파상적인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BS 뉴스는 '김대중-노무현 추종세력'과 '좌파적 법안'을 들고 나온 한나라당의 공격이 총선 쟁점으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독재본색'을 드러냈다거나, 한나라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청한다는 식으로 정치적 대응을 함으로써 이 문제를 총선 쟁점으로 만들려는 한나라당의 의도에 말려드는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법률이 기관장들을 임기제로 규정하고 있는 입법취지는 무엇이며, 정권이 바뀌었을 때, 새 정부는 새 진용을 짜야한다는 당위와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정부 산하기관의 임원들은 정부와 코드가 맞아야 한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어디까지 타당한 것인가? 한나라당이 좌파적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법률은 어떤 것이며, 이를 뒤집겠다는 한나라당의 계획은 합당한가?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실질적인 논의입니다. 이 문제가 총선 쟁점으로 부각될 경우 논점을 유권자들 앞에 분명히 제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추종세력과 좌파정책 청산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세는 총선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장관들의 도덕성 시비에 대한 맞불이 됩니다. 공천 탈락자나 낙선자들을 다독거릴 자리가 필요하기도 하고, 좌파적 법안을 바로잡기 위한 안정 의석을 달라는 호소에 힘을 실을 수도 있습니다. 뉴스는 한나라당의 공세가 총선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은 쟁점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활용할 강력한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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