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아빠는 할 말이 없구나..미안하다..진아"
14일 지난해 성탄절에 실종된 지 2개월여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이혜진(11) 양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안양 메트로병원 장례식장.
혜진이의 죽음이 알려진 전날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며 막내 딸의 죽음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던 아버지 이창근(47) 씨는 혜진이의 영정 앞에서야 비로소 실감이 난 듯 고개를 깊게 떨궜다.
곁에서 빈소를 함께 지키는 큰 아들과 둘째 딸을 바라보며 끝내 눈물을 참아 삼키던 이 씨는 조문객들이 돌아간 뒤 조용히 화장실 구석을 찾아 숨죽이며 흐느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 씨는 혜진이의 최근 모습이 담긴 영정을 부여잡고 "진아..아빠는 할 말이 없구나"라며 "범인을 꼭 잡아야 돼"라는 말만 주문처럼 되뇌었다.
이날 병원 장례식장에 미리 도착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부터 인도받은 딸의 시신을 애타게 기다리던 어머니 이달순(42) 씨도 "네 얼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려고 버텼는데.. 끝내 못 보고 보내는구나"라며 혜진이의 영정 앞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통곡해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경찰은 숨진 혜진이의 시신 부패 정도가 심해 이날 부모에게도 얼굴은 보여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7시께 메트로병원 장례식장 3층에 마련된 혜진이의 빈소에는 혜진이가 생전 다니던 명학초등학교에서 보낸 조화 2개만이 덩그러니 놓인 가운데 미리 와 시신 도착을 기다리던 이 학교 이윤형 교장 등 교직원 20여명이 검은 정장차림으로 자리를 지켰다.
시신은 이날 국과수에서 부검을 모두 마친 뒤 엠블런스에 실려 병원에 도착한 뒤 흰색 천에 덮인채 안치실로 옮겨졌다.
시신 도착을 지켜본 이 교장은 "너무나 안타깝다"며 "혜진이가 마지막 가는 길을 우리 학교 교직원들이 내 자식을 잃은 심정으로 지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장을 찾아 혜진이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인 이필운 안양시장도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안타까워했다.
혜진이의 장례식은 당초 16일 오전 명학초교 학부모회가 주관하는 가족장으로 치르려 했으나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17일 오전으로 미뤄졌다.
시신은 발인 후 수원연화장에서 화장할 예정이다.
(안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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