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외투없이 다녀도 아무 지장이 없을만큼 따뜻해졌습니다.
지난 화요일은 지하철을 탔는데 마침 자리가 나서 앉았는데 의자 밑에서 난방이 빵빵하게 나오더군요.
웃옷을 벗었지만 뜨거운 공기가 다리를 데운뒤 코끝을 후끈거리게 하더니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게 찜질방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방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견디다 못해 목적지도 많이 남았고 몸도 피곤했지만 과감히 일어나 문 앞으로 가서 문이 열릴때마다 그나마 시원한 공기를 쐬야 했습니다.
얼마 안 있어 낮에 에어컨을 틀어야 될 것 같네요.
저는 지난 월요일 이사를 했습니다.
사는 동네 근처로 이사했는데 이사 전에 도배하고 약간의 수리를 하고, 이사 후에는 짐정리를 하느라 어수선하고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식구 네명 사는 집 짐치고는 좀 많았던지 이사업체 일하시는 분들 표정이 그리 밝지 않더군요.
아침 8시에 시작해서 보통은 오후 다섯시쯤 마친다는데 저희 집은 밤 8시가 다 되서 마무리가 됐습니다.
그래도 능숙하고 친절하게 뒷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해주시더군요.
죽을때 몸 하나 달랑 갖고 가는 인생에 왠 짐이 이리 많은지…
많이 버리고 짐을 더 늘리지 말자고 집사람과 굳게 다짐을 하였으나 잘 실천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번 주에는 많은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10,000BC가 50%를 넘나드는 예매율을 보이고 있고, 판타지 멜로인 한국영화 [허밍]등이 개봉되는데, 개봉영화 소개글을 쓰지 못할 정도로 놓친 영화가 많네요.
[허밍]은 잔잔하고 소박하지만 그래도 꽤 울림이 있다는 평이고 소규모로 개봉하는 [밴드 비지트]와 [연을 쫓는 아이들]이 각각 입소문이 좋더군요.
10,000BC(15세 관람가)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전문 감독인 독일 출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이번에는 선사시대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 당시 광활한 지구 위를 누볐던 맘모스와 공룡 등 지금은 사라진 생명체들을 완벽에 가까운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재현했습니다.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산악지대에 사는 부족의 청년이 낯선 곳에서 온 푸른 눈의 아가씨를 사랑하는데 이 아가씨가 그만 말타고 인간사냥 다니는 악마들에게 납치되자 이 청년은 사랑을 찾으러 다른 부족들을 규합해 뛰쫓아가는데 악마의 세력은 다름아닌 거대한 피라미드를 짓는 사람들이고 이 공사에 필요한 노예인력을 공급하는 사람들입니다.
발음은 투박하지만 원시인들이 매끄러운 영어를 사용하고 다른 언어를 쓰는 부족들을 만나도 꼭 동시통역사가 있어 해석을 해주더군요.
히말라야에서 찍었을법한 눈보라치는 고산지대 장면에서는 고어텍스나 거위털 파카는 커녕 장갑에 거의 맨발인데도 거뜬히 넘어가고 몇날 며칠을 가도 끝이 없는 사막도 별다른 물이나 식량없이 헤쳐나가는 걸 보니 그때 조상들의 에너지 게이지가 현대인들보다 월등히 높다는 설정을 했나 봅니다.
맘모스 사냥이나 타조 비슷하게 생긴 공룡의 공격을 받는 장면, 커다란 송곳니를 가진 검치 호랑이의 모습, 광활한 사막 위에 거대한 피라미드를 쌓아올리는 장면의 스케일은 눈을 압도하지만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나 국내 유일의 리얼 아이맥스를 자랑하는 63빌딩 영화관에서 자주 본듯한 느낌입니다.
인물들의 갈등이나 설정의 깊이는 별로 없는 진부한 스토리를 갖고 있으니 이 점 감안하고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개봉일은 다가오는데 기자시사 일정을 알리는 이메일이 오지 않길래 영화사측에 전화로 물었더니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 때문에 시사일정을 잡지 못했다는 설명인데 과거에도 몇몇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이런 경우가 있었죠.
[다빈치 코드]나 [매트릭스2] 등이 그랬던 것 같은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오만의 극치죠!"
스텝업2-더 스트리트(12세 관람가)
비보이는 우리나라가 최고인줄 알았는데 미국에도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많더군요.
전편의 인기에 힙입어 만들어진 속편인데 다종 다양한 미국 비보이들이 신기에 가까운 춤솜씨를 맘껏 뽑냅니다.
특히 마지막 댄스 장면은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설정으로 몸이 흠뻑 젖은채로 춤들을 추는데 물젖은 청바지 입으면 뻑뻑해지는데 청바지 처럼 보이는 특수 섬유를 입은 건지 자유자재로 몸을 놀리는 모습이 신의 경지에 가깝더군요.
음악도 들을만하고 반항하는 청춘들이 뭔가를 해낸나는 스토리도 비교적 매끄럽습니다.
다만 한가지 제가 본 극장 사정때문인지 필름이 나쁜 것인지 화면 때깔이 무척 안좋더군요.
3, 4월 비수기에 그동안 구매해놓고 묵혀 놓았던 고만고만한 외국영화들이 대거 극장에 걸리는데 물리적으로 다 가서 볼 수도 없고 그럴만한 가치도 없을 것 같아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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