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의 화재는 그동안 허술했던 문화재 방재 관리에 크게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문화재가 처한 위험들은 비단 화재 만이 아니다.
도난과 훼손 등 물리적인 위험 뿐 아니라 개발논리, 무관심 등 보이지 않는 위험 요인들도 문화재들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문화재에 대한 총체적인 정책 개선과 근본적인 시각 교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도난·훼손 피해 심각 = 지난해 문화재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 7월말까지 문화재청에 신고된 문화재 도난 사건은 총 545건으로, 모두 1만6천157건의 문화재가 도난 당했다.
이중 회수된 것은 2천90건에 지나지 않는다.
문화재청은 2004년부터 국·공립 박물관과 사찰 등에 소장된 국보·보물급 문화재에 도난경보장치를 설치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설치되지 못한 문화재들이 많다.
특히 국가 지정 문화재가 아닌, 최소한의 도난 피해장치조차 마련되지 못한 지방 문화재나 비지정 문화재의 도난 피해는 특히 심각하다.
실제로 2003년부터 2007년 7월까지 도난 당한 문화재 1만6천157건 가운데 1만4천건은 비지정 문화재였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적인 훼손, 특히 옥외에 설치된 석탑 등의 산성비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목조 문화재가 화재에 크게 취약하다면 석조 문화재는 산성비와 풍화 등 자연적인 훼손에 대한 노출도가 큰 만큼 이에 대한 예방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종교적 이유로 단군상이나 불상을 훼손하는 사례나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덕수궁 물개 조각상을 파괴한 사례처럼 개인의 신념을 바탕으로 한 반달리즘 행위도 큰 위협요인이다.
◇"무관심이 더 큰 문제" = 물리적인 훼손 뿐 아니라 무관심과 홀대 또한 문화재가 처한 큰 위험이다.
그동안 문화재가 각종 개발 정책과 경제 논리에 밀려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한 일이 적지 않았다.
"당장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죽은 사람의 유물보다 산 사람의 생계가 중요하다"는 식의 논리가 팽배한 탓이다.
문화재 보호로 사유 재산권이 침해된다며 인근 주민들이 각종 실력행사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풍납토성의 사례처럼 문화재 보존과 개발 사이의 갈등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충돌로 치달았던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 문화재 관계자는 "내 땅, 내 동네에서 나온 문화재는 개발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 숭례문 화재 때 불 타 버린 기와조각 하나에까지 보여줬던 애정이 앞으로 개발 관련 이슈에서도 나타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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