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19 경북 청도군수 재선거와 관련해 정한태 군수(구속) 캠프에서 돈을 받은 주민 40여 명이 지난 28일 무더기로 경찰에 자수한데 이어 29일에도 10여 명이 자수 의사를 밝히면서 이를 신호탄으로 자수행렬이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미 22명이 구속되고 60여 명이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동안 사법처리됐거나 자수한 인원은 돈을 주고 받는데 직.간접으로 연관됐을 것으로 파악되는 주민 5천여 명 가운데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지검과 경북지방경찰청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를 이번 사건관련 주민 자수기간으로 설정하고, 기한 내 자수하는 주민에게는 최대한 선처한다는 방침을 밝혀 자수 인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자수 규모 = 지난 28일 첫 무더기 자수가 있은 뒤 29일까지 청도군수 선거 당시 금품살포와 관련해 경찰에 자수해 조사를 받았거나 자수의사를 밝힌 청도지역 주민의 수는 모두 50여 명이다.
자수한 이들은 청도군 금천면과 운문면, 이서면 주민들이 대부분으로 정 군수가 구속된 뒤 마을단위 등으로 회의를 한 뒤 경찰에 자수의사를 밝히고 전세버스 등을 이용해 경찰에 출석, 조사를 받았다.
또 청도읍 주민 7명을 비롯해 일부 지역 주민 10여 명도 29일 경찰에 출석 의사를 밝혔으며, 일부 지역 주민들도 다른 읍.면지역 주민들의 자수가 이어지면서 단체 또는 개인별로 경찰에 출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얼마나 더 자수할까 = 경찰이 선거 당시 정 군수 캠프에서 읍.면.동책 등으로 활동하며 돈을 받아 주민들에게 전달하거나, 이들로부터 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는 인원은 5천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정 군수가 선거기간 훨씬 이전부터 사조직을 방대하게 운영했고, 9개 읍.면으로 구성된 청도군에서 아직 주민들이 자수의사를 밝히지 않은 읍.면지역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자수 인원이 얼마나 될 지는 예측하기 힘든 형편이다.
그렇지만 검.경의 선처 방침 발표로 읍.면.동책으로 활동했던 주민들은 물론 이들로부터 단순히 돈을 받은 주민들의 무더기 자수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불법선거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돼 조사 대상이 됐던 읍.면.동책 등 선거캠프 관계자를 제외하고 수백명이 더 선거캠프와 연계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이들과 돈을 받은 주민 대다수가 자수 기간 내에 경찰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지난 28일 자수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선거 당시 정 군수 캠프에서 읍.면.동책 등으로 활동하며 금품살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확인돼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더기 자수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자수할 마음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먼저 자수한 읍.면.동책들이 처벌을 받게 되면 경찰의 수사에서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경찰 출석을 미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자수? = 그 동안 수차례 있었던 자수 권유에도 응하지 않던 이들이 군수 구속후 며칠이 지난 뒤 왜 갑자기 자수를 결심한 것일까?
경찰은 예전 다른 지역의 불법선거와 비교해 '군수가 구속되면 끝날 줄 알았던' 수사가 정 군수의 구속 뒤에도 계속되자 주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커지면서 자수를 선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이 자수하는 주민에게는 조사를 한 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선처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민들이 줄이어 자수를 선택하게 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인지 이들은 경찰에 출석한 뒤 돈을 받은 시기와 액수, 출처 등에 대해 자세히 진술하는 등 비교적 성실하게 경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처벌은 어떻게 = 경찰은 정 군수를 구속한 뒤 자수하는 주민에 대해서는 기초조사를 거쳐 단순히 돈을 받기만 한 주민 등은 검찰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최대한의 선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주민등록상의 인구가 4만6천여 명에 불과한 지역에서 해당주민들을 일일이 조사해 모두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물론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수천명의 주민들을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는 것이 경찰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경북지방경찰청은 29일 대구지검과 합동으로 청도군수 재선거 금품수수사범 처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검.경은 30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를 자수기간으로 설정해 청도경찰서(☎054-371-0112)에 기한 내 자수하면 공직선거법(제262조)의 '금전선거사범이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는 규정을 적용, 단순히 금전을 수수한 사람들에게는 반성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죄를 지은 사람을 봐주자는 것은 아니지만 불법선거와 관련된 핵심주동자들이 이미 구속된 만큼 청도지역 주민들이 빨리 안정을 되찾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자수하는 주민에게는 관련 기관과 협의해 형량의 차별이 있도록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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