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모기지 위기가 월가를 초토화한데 이어 유럽과 일본 및 중국 등에도 본격적인 '후폭풍'을 일으키면서 전 세계에 금융 불안을 확산시키기 시작했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뒤늦게 경기 부양책을 마련했으나 신용 경색의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장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21일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폭락한 가운데 유로권과 일본 및 중국 당국은 역내 성장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권 15개국 재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회동해 대책을 논의했다. 회동에 참석한 조아킨 알무니아 유럽연합(EU) 통화담당 집행위원은 기자들에게 "미국이 침체될 경우 EU의 성장이 더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순회 의장국인 슬로베니아의 안드레이 바주크 재무장관도 "우리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면서 "사태 진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재무장관회담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몇달 전만 해도 미국이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침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 경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가 입수해 이날 내용을 공개한 EU 재무회담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모기지 위기의 충격으로 EU가 올해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더 낮춰야할 것이라는 견해가 취합됐다. 이와 관련해 융커는 지난 13일 유로권이 올해 1.8% 가량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EU 집행위가 지난해 11월 예상했던 2.2%보다 낮아진 것이다. EU는 지난해 2.6% 성장했다.
융커는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환율정책 자체가 바뀌어야 할 것으로는 (아직) 보지 않는다"며 도쿄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담 때까지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주저앉았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이것 때문에 과민 반응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심각한 표정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본은행이 22일 경기관측 보고서를 공개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난해 10월 보고서의 기조였던 '신중한 낙관론'이 공식적으로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관측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행이 이틀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끝내면서 이날 발표하는 통화정책 기조가 금리 추가 인상이 아닌 어쩌면 금리 인하 쪽으로 비중이 바뀔지 모른다는 시장의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후 다이와증권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타야 테지오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어쩔 수 없이 신속하게 바꿔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은 당초 오는 3월말까지의 2007회계연도에 1.8% 가량 성장이 예상됐으나 민간업계는 물론 정부도 성장률이 1.3% 내외에 그칠 것으로 기대치를 낮춘 상태다.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도 지난 15일 일본은행 지점장 회의에서 "모기지 위기의 타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면서 "적절한 통화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말해 시장에서 금리가 내려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재임하면서 '제로금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유지해왔다.
중국쪽 상황도 심각하다.
제일재경일보 등 중국 언론이 21일 일제히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중국은행, 공상은행 및 건설은행 등 대형 국유 은행들에 대해 관련 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을 높이도록 지시했다.
로이터는 21일 중국 당국이 주요 은행들에 대해 신용경색 위기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하면서 모기지 위기 충격으로 인해 올해 은행권 부실채권이 다시 늘어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21일 중국 은행들 가운데 해외 비즈니스가 가장 활발한 중국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현재 전체 보유 증권의 3% 가량이 넘는 근 80억달러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계채권인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 가운데 4분의 1 가량을 손실상각 처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저널은 중국은행의 상각 규모가 월가 대형은행들에 비해 작을지 모르나 '중국 1위 민간은행'까지도 모기지 채권에 충격받은 것으로 확인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중국 금융시장에 큰 파급 효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