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은 새해 첫날 뉴스를 통해 자신의 새해 비전을 밝힙니다. SBS 뉴스는 새해 비전을 '희망과 도약'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뉴스가 밝힌 '희망과 도약'의 구체적인 모습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해'이며, '선진국 도약의 토대를 마련하는 해'이고, '우주를 향해서 웅비하는 사실상의 원년'입니다. 오늘 뉴스비평은 SBS 뉴스의 비전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SBS 8시뉴스는 새해 첫날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 편대의 시원한 비상과 이 항공기 위에서 내려다 본 한반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습니다. 2012년 엑스포가 열릴 여수 앞바다,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 굽이쳐 흐르는 강물, 원유유출 사고로 날벼락을 맞았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지원과 동참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는 만리포와 태안 앞바다, 그리고 백두대간과 지리산이 '희망과 도전'이라는 비전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뉴스가 "세상의 부침에 아랑곳없이 한결같이 굽이쳐 온 내륙의 물줄기는 이제 '대운하 시대'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한 부분은 너무 앞서 나갔습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아직 가부간의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대운하를 기정사실처럼 보도한 것은 성급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올해가 건국, 건군, 국회개원 60년이 되는 해임을 강조하면서 연속기획 '대한민국 2.0'을 시작했습니다. 뉴스는 "이제 대한민국호는 차원이 다른 대도약으로 '대한민국 2.0'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1948년 정부수립부터 1960년 4.19 혁명까지를 '대한민국 1.1' 시대로 규정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으로 이어지며 국민들의 민주화 욕구를 누르고 산업화에 매진한 25년은 '대한민국 1.2' 시대, 그리고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대통령직선, 헌정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루고 민주화가 강조된 20년을 '대한민국 1.3' 시대라고 불렀습니다. '대한민국 2.0'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비전과 아귀가 맞습니다.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입니다. 뉴스는 경제의 선진국 도약과 우주개발을 '새로운 시작'의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뉴스는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패러다임 변화의 내용으로 제시한 것은 규제완화, 기업의 투명성,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과 노동자의 발전적인 상생뿐이었습니다. 뉴스는 '우주 웅비 원년'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한국의 첫 우주인이 될 고산 씨가 올해 러시아에서 우주선에 탑승한다는 것이며, 발사체 건조는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뉴스는 한국 경제를 살려내기 위한 몇 가지 사항을 지적했지만, 이런 일들은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하기보다는 정책의 변화 또는 경제 환경의 조정이라고 할 만한 것입니다. 고산 씨의 러시아 우주선 탑승을 가지고 우주개발 원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는 올해를 건국이후 가장 획기적인 정치적 사건으로 보는 '대한민국 2.0'은 그렇게 만들어내자는 의지를 담은 것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SBS 뉴스는 지난 12월 29일 해마다 보도국 기자들이 정리하는 국내 10대뉴스를 보도하면서 이번에는 12개를 추렸다고 밝혔습니다. 뉴스는 "올해는 추리고 또 추려도 12개가 됐는데 그만큼 격동적인 한 해였다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자들이 뽑는 주요뉴스에 대해 시비를 걸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요뉴스를 10개로 추리지 못함으로써 판단의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은 받을 만합니다. 시청자들의 눈으로 보면 12대 뉴스 중 당장 하나가 걸립니다. '기자실 폐쇄'가 그것입니다. 이것은 언론계의 10대뉴스에는 분명히 들어가겠지만, 시청자들은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권이 바뀌면 사라질 쟁점 정도로 치부되었던 것입니다.
12월 30일 SBS 뉴스는 "이명박 당선자의 이른바 MB노믹스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높은 유류세와 휴대전화 요금을 내려서 대통령 취임 전에 서민 생활비를 30%이상 줄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류세를 10% 인하하고 휴대전화 요금 인하는 업체간 경쟁 촉진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민 생활비를 30% 줄인다는 것은 엄청난 뉴스입니다. 그것도 대통령 취임 전에 달성하겠다니 무슨 비장의 카드를 가졌는지 궁금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가 내놓은 카드는 유류세와 휴대전화 요금 인하뿐이고, 그나마 유류세는 10%인하에 그치는 것입니다. 이 정도의 수단으로 어떻게 생활비를 30%나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인수위 발표의 취지는 서민 생활비를 30% 줄인다는 공약을 향해 한발 내딛는다는 것일 뿐입니다. 이것을 뉴스가 "대통령 취임 전 30% 줄인다."라고 오버한 것입니다.
새해를 맞는 SBS 뉴스를 시청하면서 느낀 점은 뉴스가 단순히 실수를 했거나 논리적 비약 또는 설명부족의 사례를 드러냈다는 것 이상입니다. 그것은 SBS 뉴스가 어딘가 들떠 있다는 느낌입니다. 뉴스가 제시하는 비전이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려면, 먼저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비전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논리를 갖춰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뉴스는 좀 더 차분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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