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가 지난 1일 보도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는 최근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전 총재에 대한 지지율이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를 앞섰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후보가 만일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다면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할 것이라고 한 응답이 33.2%로 나타났습니다. 나흘 전 실시한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응답한 26.2%보다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이 나흘 사이에 등장한 새로운 변수가 바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졌다는 것입니다. BBK가 이명박 후보에게 외환이라면 이 전 총재의 등장은 내우가 됩니다. 10월 30일 SBS 뉴스는 이 전 총재의 출마 여부를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스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보수 세력의 분열로 이명박 독주 체제에 ‘일정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 대선구도를 ‘일정부분’ 변화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온통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여론조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뉴스의 초점은 이 전 총재가 정권교체를 위한 보수 세력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게 만든 배경에 맞춰져야 합니다. 그 배경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의 귀국이 가져 올 파괴력에 대한 우려 또는 기대입니다. 이 부분은 SBS 뉴스만 시청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BBK만 가지고는 이 전 총재 등장의 충분조건은 되지 않습니다. 두 손바닥이 맞부딪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한나라당 내부의 결속에 생긴 균열과 BBK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균열과 BBK의 파괴력이 더 욱 커지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SBS 뉴스의 적극적인 한나라당 내부 분석은 볼 수가 없습니다. 10월 29일 뉴스는 한나라당이 여전히 불안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그것은 강재섭 대표와 이명박 후보의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고함을 지르며 싸운 사건을 보도한 것일 뿐입니다. 이날 뉴스는 이 최고위원이 고함을 친 이유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 몸담았던 일부 인사들이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구심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캠프 쪽 인사들이 왜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부추겼는지를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박빙의 승부로 끝난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자인 이명박 후보 쪽 인사들이 유념해야 할 점은 내년 봄에 있을 총선의 후보공천을 비롯하여 모든 당무를 박 전 대표 쪽과 절반씩 나누지 않으면 당 내부 결속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뉴스는 이 후보 쪽이 당 내부 결속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먼저 분석했어야 합니다. 뉴스비평, 이번에는 국정감사에 나선 국회의원들에게 제공된 향응 파문과 관련된 보도를 살펴봅니다.
10월 26일 SBS 뉴스에 따르면 문제의 의원들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입니다. 이들은 대덕특구 내 생명공학연구원에서 7개 정부출연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인 뒤 유성의 한정식집과 고기집에서 저녁 대접을 받았고, 일부는 근처의 가요주점에서 술대접까지 받았다는 것입니다. 일부 의원들은 성 접대까지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해당 의원들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향응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이 문제의 의원들을 거세게 성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대통합신당의 어느 의원은 술대접을 받은 의원 3명 중 2명이 한나라당 소속임을 들어 한나라당의 당 해체와 해당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성 접대’는 술대접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따라서 ‘성 접대’까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뉴스가 그 진위를 가리는 철저한 보충취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단순한 식사와 술대접이었다면, 뉴스는 이것이 얼마나 큰 사건인가를 냉정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향응을 받은 것이 법이나 국회 윤리규정에 저촉된다면 이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당의 해체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신당 의원의 주장은 대선을 의식한 정치공세의 일환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정도의 향응이 국정감사에 나선 의원과 피감기관 사이에 흔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 뉴스가 유독 이 경우만을 들춰내어 무슨 큰 일이 일어난 것처럼 떠들 일이 아닙니다. 이를 사건으로 보도하기 보다는 의원과 피감기관사이의 대접 관행자체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더 필요합니다. 10월 27일 뉴스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재작년 국정감사 뒤 피감기관 간부들과의 술자리에서 폭언한 사실이 있다는 전날의 보도에 대한 정정기사 형식의 반론보도를 했습니다. 주 의원은 폭언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고, 당의 징계를 받지도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정기사를 내게 된 경위도 분명치 않을 뿐만 아니라 26일 뉴스에서는 문제가 되었다는 주 의원 폭언관련 보도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한달 보름 정도는 정치권이 소용돌이를 치면서 대선 고지를 향해 돌진해 가는 시기입니다. 이와 같은 정치상황을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시청자들이 정치적 견해를 갖는데 도움을 주는 뉴스가 되는 길은 중계방송 식 보도에 머물지 말고 심층 분석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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