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특수목적고의 현주소와 정책의 향후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언어영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어고가 도입된지 15년만에 특수목적고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처음으로 열린 것입니다.
교육부에서 특목고와 수월성 교육체계 전반에 대한 종합대책을 다음달 말에 내놓기로 한 상황에서 열린 오늘 정책토론회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교육개발원의 연구결과가 교육당국의 정책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교육계의 다양한 인사들의 관심 속에 열린 오늘 토론회의 발제는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제도연구실장인 강영혜 박사가 맡았습니다. 강 실장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올해부터 5년간 진행되는 '특수목적고의 적합성 연구'를 맡고 있는데, 오늘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오늘 발표된 내용의 핵심을 먼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특목고가 도입당시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특성화고교로 전환하고, 시행령을 정비해 특성화 교육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를 시행한 뒤 재지정 또는 해제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특목고의 정책 목표가 타당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강 실장은 현행 특목고가 해당분야의 영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학생들을 선발하여 해당분야의 영재로 키워서 관련 분야의 진로를 찾도록 돕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외고가 본래의 취지에 충실하지 못한 것은 '어학영재'의 실체가 분명하지 못한데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어학영재의 기준도 모호하고, 실제 외고 입시에서 성적우수자를 주로 선발하는 관행을 비춰보면 외고의 설립취지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외고는 평준화 폐지를 염두에 둔 '90년 당시 '평준화 전면 재검토' 요구에서 비롯됐습니다. 어학영재의 실체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설립목적이나 정책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지 못한 채 기존의 실업학교나 과학고의 특수목적성을 부여하다보니 외고가 특목고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외고의 학생 선발이 성적우수자 확보에 머무는 한 외고의 본연의 목적달성이나 평준화 보완이라는 정책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강 실장은 강조했습니다. 특히 외고생들의 성적 변화를 연구한 결과, 성적우수자들이 모인 외고가 특별히 그들의 우수성을 특별히 더 신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간 이하 성적의 학생들의 성적이 더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이유로 비평준화 지역인 지역의 중소도시의 외고가 오히려 외고의 본래 취지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 실장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성적우수자를 일반학생과 분리시키는 정책은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타당한 접근은 아니며, 외국에서는 영재아를 따로 교육하는 학교와 학생 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가급적 많은 우수 학생들에게 통합교육의 틀 안에서 특별 프로그램을 지원 병행하고 있다고 강 실장을 덧붙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특정 분야 영재 육성을 내세운 선발형 학교는 최소화하고, 교육과정의 특성화를 통해 공통교육과정의 획일성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특목고의 역할과 성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토론회의 결론은 특정분야 영재육성을 표방한 현행 특목고 관련 조항을 없애고, 교육과정 특성화를 포함시켜 특성화 고교 관련 조항을 보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특목고에 부여된 영재육성은 영재교육진흥법의 시행령을 정비해 영재학교를 재지정하고, 과학,예술,체육을 둥심으로 영재교육기관을 지정,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다만 현행 과학고는 영재학교의 지위를 병행하도록 하고, 외고는 특성화 학교 운영원칙에 준하여, 원어민 강사와 외국어 수업기반, 학생구성의 다양성, 동일계 대학 진학률 등의 지표를 적용해 평가한 뒤, 외국어특성화고교를 지정하며 주기적 평가를 통해 재지정 또는 해지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제고는 무분별한 증설이 현행 외고의 문제를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정체성을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강조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 고등학교나 대학에서도 호환,통용되는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수료증(International Baccalaureate) 제공 여부 등을 기준으로 평가 후 지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평준화 정책 시행이후 특목고 탓에 상대적으로 이류학교로 전락해버린 일반고의 개선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 실장은 말했습니다. 일반학교에도 교과 특성화 학교 개념을 도입해 특목고외의 학교에서도 심화과정의 집중이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영재교육의 접근방식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인데요, 학생의 수준과 학습속도에 맞는 교육과정 이수가 가능하도록 고교과정에서는 수준별 이동수업 대신 무학년 과목 선택제를 중장기적 계획하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15년만에 처음으로 특목고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스런 일입니다. 그동안 특목고와 관련해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기 때문에 교육당국과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에 좀 더 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목고 도입당시 충분한 고려와 정책적 검토 및 연구가 없었던 건 현재 특목고의 부작용을 양산시킨 근본적인 원인일 겁니다. 다소 늦었지만, 특목고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공교육의 체계를 강화하고,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는 합리적인 교육정책과 특목고에 대한 대책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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