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재정 안정화와 사각지대 해소 문제에 가려 논의 조차 진행되지 않다가 '그대로 내고 덜 받는'쪽으로 국민연금법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마자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쏟아져 나왔던 기금운용 주체 논란이 마무리된 것이다.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와 비슷한 형태로 모든 정부부처에서 떼어내 독립된 상설기구로 만들어 기금운용의 전권을 맡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을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다.
◇기금운용주체와 구성 어떻게 바뀌나 = 지금은 복지부에서 기금관리와 운용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기금의 관리,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것.
하지만 앞으로는 적어도 외형상은 독립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지배구조 논의 과정에서 경제부처와 복지부가 서로 치열하게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 절충 형태로 기금운용위를 독립 상설기구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기금운용위는 경제부처 등으로부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금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경제부처 아래에 기금운영위를 두든지, 아니면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실제로 기금운용위는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관련 정부부처 차관과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등 6명의 당연직 위원,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표 등 12명의 가입자 대표, 2명의 관계 전문가 등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위원들은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자산운용에 대한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낮아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정부는 기금운용위를 복지부를 포함한 모든 부처에서 독립된 상설기구로 만들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수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의 당연직 위원들을 기금운용위에서 제외하고 민간 전문가들로만 채우기로 했다. 민간 전문가 위원은 현재 7명 정도를 두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금운용위의 위원장은 복지부에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복지부 장관이 추천하고, 국무총리가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쪽으로 절충됐다.
이와 함께 실제 기금 운용업무는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를 떼어내 역시 독립된 기금운용공사로 확대 개편해 맡기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복지부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싶다" = 복지부는 개운치 않은 표정이다.
그동안 국민연금 관리운용을 책임지며 나름대로 가입자들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애썼는데 권오규 재정경제부 부총리와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까지 전면에 나서서 거세게 몰아붙이는 경제부처들에 끌려다니다 결국 국민연금 운용 주도권을 내놓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자산운용 결정권을 갖고 있는 기금운용위의 위원장에 대한 추천권은 복지부 장관이 그대로 쥐게 된 데 대해서는 안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말을 극도로 아끼면서도 이번 국민연금운용체계 개편안과 관련해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부처이기주의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동안 기금운용체제 개편논의 과정에서 경제부처들의 공격에 정면 대응하지 않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라보고 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든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부처들이 국민연금이 연금 가입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라는 제도의 본질에 대한 고민보다는 기금의 수익성과 효율성만 강조하며 기금운용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깊이 고려하지 않는데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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